아르헨 前대통령 '숨은 기부' 화제
2010.03.09 21:50
하원의원 월급 인권단체 기부..비판 언론에 비난 화살
아르헨티나의 전직 대통령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연방하원의원의 인권단체에 대한 숨은 기부행위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9일 브라질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의 보도에 따르면 키르치네르는 지난해 12월부터 연방하원의원 월급의 일부를 아르헨티나의 대표적 인권단체인 '5월 광장 할머니회'와 '5월 광장 어머니회'에 기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키르치네르는 연방하원의원으로서 매월 1만2천466페소(약 3천212달러)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이 외에 전직 대통령(2003~2007년 집권) 자격으로 매월 2만9천603페소(약 7천629달러)의 종신연금을 수령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군사독재정권(1976~1983년)이 종식되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뒤 전직 대통령 가운데 인권단체에 기부를 한 것은 키르치네르가 유일하다.
'5월 광장 어머니회'는 군정 기간 실종자들을 찾는 단체이고, '5월 광장 할머니회'는 군정 당시 체포된 야당 정치인들의 강제입양된 자녀들을 추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키르치네르의 기부행위는 그와 부인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키르치네르는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1989~1999년 집권)에 의해 제정된 사면법을 2005년 전격 취소해 군사독재자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지도록 한 인물인 데다 이번 기부행위를 통해 '과거사 청산'이라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다시 한 번 확인해준 셈이 됐다.
'5월 광장 어머니회'는 닷새 전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두시위를 벌여 지지율 추락으로 고심하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에게 위안이 되기도 했다.
한편 키르치네르가 전직 대통령과 현역 연방하원의원으로서 연금과 월급을 동시에 받으며 재산을 축적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를 게재한 현지 유력 일간지 클라린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아르헨티나 최대의 미디어 그룹인 그루포 클라린의 산하의 보수 매체 가운데 하나인 클라린은 키르치네르 및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현행법상 전직 대통령의 종신연금은 다른 종류의 연금과 함께 받을 수는 없으나 월급인 경우는 동시 수령을 허용하고 있다.
'5월 광장 어머니회'의 에베 데 보나피니 회장은 "클라린의 보도는 천박하고 저열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5월 광장 할머니회'의 에스텔라 데 카를로토 회장도 "전직 대통령이 기부행위를 통해 보여준 겸손한 행동은 클라린의 명예훼손 및 거짓말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