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
2010.03.11 23:38
강진 피해 지역인 콘셉시온에서 연설하는 피녜라 대통령(AP=연합뉴스)
기업인.재력가에서 국가정상으로 화려한 변신
11일 취임한 세바스티안 피녜라(60) 칠레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의 재력가이자 대표적인 중도우파 정치인이다.
1949년 12월 1일 수도 산티아고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출생한 피녜라 대통령은 1971년 명문 칠레 가톨릭대학 경제학부를 수석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 대학 대학원에서 3년만에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수재로 꼽힌다.
세계은행과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1973년 결혼한 부인 세실리아 모렐과의 사이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이후 피녜라 대통령은 칠레로 귀국해 신용카드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뒤 중남미 최대 항공사인 란(LAN) 칠레, 산티아고 시내 대형 쇼핑몰인 '아라우코 공원', 공중파 TV 채널 칠레비시온(Chilevision), 칠레 최고의 인기 프로축구클럽 콜로-콜로(Colo-Colo) 등을 소유한 거부로 떠올랐다.
피녜라 대통령은 칠레비시온과 콜로-콜로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동안 이탈리아의 미디어 재벌이자 프로축구 AC 밀란 구단주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도 자주 비교돼 왔다.
전날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0년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피녜라 대통령의 재산은 22억달러로 세계 437위에 올라있다.
피녜라 대통령은 그러나 취임에 앞서 란 칠레 지분을 매각하고 콜로-콜로 구단주 직을 사임하면서 국정 운영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녜라 대통령은 우파 정당인 국민혁신당(RN) 소속으로 지난 1990년 산티아고 동부 선거구의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1990~1998년 8년간 상원의원을 역임한 피녜라 대통령은 2001~2004년 사이 국민혁신당 대표를 맡아 보수우파 세력의 중심 인물로 활약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2005년 대선에 출마해 집권 중도좌파연합 콘세르타시온(Concertacion) 소속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에게 패했으나 지난해 12월 13일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월 17일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콘세르타시온의 에두아르도 프레이(67) 후보에 큰 표차로 승리하면서 마침내 국가 최고 지도자로의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2018년까지 칠레를 빈곤층 없는 선진국으로 진입시킨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연평균 6%대의 경제성장과 100만개 일자리 창출, 민간 부문 역할 확대, 중소기업 지원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과 이에 따른 지진해일(쓰나미)이 초래한 대규모 피해가 칠레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향후 4년간의 임기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1973-1990)과는 다른 차별화된 보수의 길을 걷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보수우파 및 중도좌파 진영을 아우르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