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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현장에서 빛난 민간 외교의 힘(3.31)
관리자 | 2010-04-01 |    조회수 : 1224
지진 현장에서 빛난 민간 외교의 힘

2010.03.31 05:51
  
칠레 지진 구호 나선 한인 교회
(쿠리코<칠레>=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칠레 산티아고에 위치한 한인교회 영락교회 관계자들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지진 피해지역인 쿠리코 비야 프라트 마을을 방문해, 마을 주민으로부터 피해 상황을 듣고 있다. 영락교회는 비야 프라트 마을에 조립식 주택 19채를 기증했다. 2010.3.31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200㎞쯤 떨어진 유서 깊은 도시 쿠리코는 지난달 27일 칠레를 덮친 강진의 피해가 컸던 지역의 하나다.

그 중에서도 인구 3천 명이 사는 작은 내륙 마을 비야 프라트는 지진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대부분 지은 지 50-100년이 됐다는 이 마을 가옥의 60-70%가 이번 지진으로 폭삭 주저 앉았지만 쓰나미 피해가 큰 해변지역에 지원이 집중된 탓에 마을 주민들은 아직까지 재건은 커녕 흙더미가 돼버린 집을 추스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폐허가 된 이 곳에 한국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산티아고에 위치한 한인교회인 영락교회(담임 최종세 목사)는 29일(현지시간) 이곳을 찾아 샌드위치 패널로 된 조립식 주택 열아홉 채를 기증했다.

마을 자치회를 통해 가장 도움이 절실한 열아홉 가구가 선정됐다.

강진 때 무너진 집 옆에 1인용 천막을 치고 지내고 있던 소니아 오로스티카(75) 할머니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했는데 집을 지어준다니 너무 고맙다"며 끝내 눈물을 훔쳤다.

마르가리타 가르세스 쿠리코 시장도 "내륙 지역의 피해가 극심한데도 해변 지역에 비해 지원이 미약해 재건에 나서지 못했다. 비가 오면 어떻게 될 지 불안한 상황이었다"며 쿠리코를 찾은 교민들에게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진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칠레에서 2천500명 가량의 칠레 교민들이 이처럼 특별한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민간 외교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락교회는 이에 앞서 국내 교단에서 전달된 성금과 자체 모금한 성금으로 페유우에 지역에도 집 스무 채를 기증하고 침술 봉사를 펼쳤으며 또 다른 한인교회 연합교회도 구호 활동에 동참했다.

한인회 차원의 구호 활동도 눈에 띈다.

칠레 한인회는 지난 27일 진앙지 인근 도시 로타를 방문해 한인회에서 모은 밍크담요와 의류 등의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한인회는 지진 직후 발빠르게 성금과 구호물품을 모아 또다른 피해지역인 산안토니오와 쿠리코에도 텐트와 비상식량, 기저귀 등 생필품을 전달하고 봉사활동을 펼친 바 있다.

세 차례에 걸친 지원 규모가 1억원 가량에 이르는데 이곳에서 주로 의류산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이 십시일반으로 성의를 모았다.

지진 이후 칠레 교민들이 보여준 적극적인 구호 활동은 한국의 이미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박세익 한인회장은 "산안토니오와 쿠리코 현지 방송과 신문에도 한인회 활동이 크게 소개됐다"며 "자치정부에 성금을 기부하고 그치는 식이 아니라 직접 피해주민들을 만나 도움을 주고 있어 한국인들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쿠리코.산티아고=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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