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층 부패가 체제에 가장 큰 위협
2010.04.16 07:59
쿠바 역사학자, 권력핵심부 겨냥 직격탄
쿠바 공산당 체제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소규모 반체제 인사들이 아니라 최고위층의 부패라고 쿠바의 한 저명한 학자가 지적했다고 AP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인종문제와 대미관계에 정통한 역사학자 에스테반 모랄레스는 이날 관영 예술가.작가동맹 웹사이트에 게재한 글에서 혁명 1세대로 항공분야에서 일하다 쫓겨난 한 고위관리를 둘러싼 소문을 거론하는 등 이례적으로 권력 핵심부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 적잖은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모랄레스는 일부 고위 관리들이 쿠바 체제가 붕괴될 것을 염두에 두고 전리품을 챙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규탄하고 이는 1990년대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나타났던 부패 양상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패는 반체제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하면서 "반체제 움직임은 서로 분리되어 있으나 부패는 국부(國富)를 통제하는 정부 내부에서 또 정부기구에서 생긴 것으로 반혁명적"이라고 규정했다.
모랄레스는 그 실례로 1980년대부터 항공산업과 공항운영을 감독해 온 혁명 1세대 로헬리오 아세베도가 지난 3월9일 갑자기 현직에서 해고됐으나 정부 당국에서 아무런 설명이 없는 점을 들었다.
항간에 아세베도의 퇴진을 둘러싼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그는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해외 동포들 사이에서는 그의 집에서 엄청난 현금이 발견됐으며 그가 민간항공을 운영한 혐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나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모랄레스는 "쿠바는 작은 나라로 서로 서로 알고 있기 때문에 소문들 가운데서 일부는 사실일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와 유사한 부패가 다른 정부 기관들에서도 일어나는 만큼 정부는 국민에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쿠바의 예술가와 작가들은 이제까지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하기는 했으나 고위층 부패와 같은 예민한 문제를 거론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모랄레스의 이번 비판은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매주 월요일 관영TV 프로에서 정부정책을 두둔하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카스트로 형제에 대해서도 비난을 서슴지 않는 등 지명도가 높은 모랄레스의 이번 최고위층 비난은 통상적으로 묵인됐던 수위를 넘어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쿠바 당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