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가격통제 정책 한계 달했나
2010.04.30 09:17
시장왜곡 부작용 속출..'폭리' 정육점 주인 무더기 구속
베네수엘라 정부가 지난 몇 년 동안 연평균 30%에 이르는 인플레 속에 서민보호를 명분으로 시행해 온 가격통제 정책이 시장원리를 왜곡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21세기에 걸맞은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건 우고 차베스 대통령 정부의 생필품 가격억제 정책이 공급 부족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결국에는 사실상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9일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 파이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주 들어 정부고시가격보다 비싸게 쇠고기를 판 정육점 주인 40여명을 연행했다.
물가 단속 공무원과 군인들은 카라카스 시내에 있는 정육점에 들이닥쳐 정육점이 발행한 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하고 정육점 주인들을 군 시설로 연행했다.
당국은 이들 가운데 20명을 29일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정부고시가를 위반하면 2~6년 징역형에다 1만3천 볼리바르(2천200유로)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교사직에서 정년퇴직한 뒤 정육점을 운영해 온 카르멘 카베사(여)는 현지 일간 엘 나시오날과 회견에서 무장군인들이 들이닥쳐 정부 고시가격보다 비싸게 팔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문서에 서명하게 했다고 밝혔다.
다른 10명의 정육점 주인들과 함께 군시설로 연행된 그는 "협박을 받은 기분이다, 정부 고시가격에 판다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쇠고기 가격은 지난 2003년부터 정부가 통제해 왔다. 현재 kg당 17볼리바르(3유로) 가격은 지난 2008년 8월 고시된 것으로 그동안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가장 높은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조정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2008년 30.9%, 2009년 25.1%에 이어 올해 들어 1.4분기에 벌써 5.8%의 인플레를 보인 것으로 중앙은행이 발표한 바 있다.
축산농과 정육업계는 정부 고시가로는 소를 기르고 또 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속된 정육점 주인들은 대부분 kg당 30볼리바르(5유로)를 받았는데 이는 정부 고시가보다 93%나 비싼 가격이다. 도매로 kg당 3유로 이상으로 물건을 들여오는 만큼 5유로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이윤을 남길 수 없다고 가게문을 닫으면 관계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쇠고기뿐 아니라 우유, 쌀, 계란, 커피 등 기본 식료품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어 베네수엘라 당국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고 신문은 전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