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의회, 차베스에 '포고령 입법권' 부여 (2.1)
관리자 | 2007-02-01 | 조회수 : 1372
베네수엘라 의회, 차베스에 '포고령 입법권' 부여
[프레시안 2007-02-01 12:33]
'21세기 사회주의' 급진개혁 신호탄…야권은 반발
[프레시안 황준호/기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1일 의회로부터 '포고령 입법권'을 부여받아 국정을 완전 장악했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 시내 광장에서 정치집회를 연상시키는 특별회의를 개최, 차베스 대통령에게 향후 18개월간 포고령만으로 법률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는 초법적 대통령 권한 법안을 거수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로써 지난 10일 3기 정부를 출범시키며 집권 9년차에 접어든 차베스 대통령은 에너지, 국방, 경제 등 광범위한 국정 분야에서 '21세기 사회주의'를 위한 급진 개혁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오리노코 강 중질유 개발에 참여해 온 서방 에너지 대기업들은 차베스 한마디에 자신들의 사업권 지분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됐다.
차베스는 오리노코 유전 사업권의 다수 지분을 베네수엘라 국가가 소유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날 실리아 플로레스 의회 의장은 포고령 입법권 법안의 통과를 선포한 후 "국민주권 만세. 차베스 대통령 만세. 사회주의 만세"라고 외치며 "조국, 사회주의 아니면 죽음을!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회 본회의가 열린 광장에는 집권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은 차베스 지지자 수백 명이 자리를 잡고 "사회주의는 민주주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의원들은 차베스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 법에 규정된 것 중 11개 분야를 바꾸는 특별권한을 부여한다는 구절을 읽어 내려갔다.
이리스 바렐라 의원은 군중 앞에서 연설을 통해 "의회가 아니라 베네수엘라 국민이 대통령에게 입법권한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같은 조치가 권위주의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이번 조치가 어떤 종류의 독재인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독재를 원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달 대선에서 63%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최대 통신사 및 전력 부문 국영화 ▲부자들에 대한 세금 중과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국가통제권 확대 등을 포고령을 통해 강행할 것이라고 역설해 왔다.
차베스의 이런 급진 정책은 포고령 입법권 통과로 부인할 수 없고 반대할 수도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번 법안은 차베스에게 국가제도 모든 분야를 '뜯어고칠' 수 있도록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조치를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은행, 세제, 보험, 금융규제 등 부문의 개혁 ▲무기류 규제 및 군(軍) 기구 등 안보.국방 문제에 대한 무제한적 결정 ▲새로운 사회.경제모델에 따라 '부의 균등한 분배'를 보장하기 위한 법령 정비 등의 광범위한 개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베스는 또 지방행정구역을 조정하고 '국민 앞으로 권력'을 가져다주기 위한 개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정부예산 책정 등을 주민들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수천 개의 지역공동체협의회가 구성된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야권은 이번 조치로 베네수엘라가 '차베스 독재' 시대로 나아가게 됐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일각에선 견제할 장치 하나 없는 차베스의 무소불위한 권한은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통치권 독점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베네수엘라 역사학자 이네스 킨테로는 이번 법안을 통해 차베스는 베네수엘라 50년 민주주의 역사에서 전례 없는 헤게모니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차베스가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 체제를 획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야권 지도자 훌리오 보르헤스는 차베스 대통령에게 표를 주지 않은 400만 베네수엘라인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폭스 뉴스와의 회견에서 "베네수엘라 국민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제도가 손상될까 우려되며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