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대통령 파나마 방문에 거는 기대 / 두정수 駐파나마 대사
2010.06.27 18:08
이명박 대통령이 28∼30일 파나마를 방문한다. 한국과 파나마가 수교한지 48년만에 이루어지는 최초의 정상 방문이다. 파나마운하 외에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이 작은 나라를 왜 방문하는 걸까?
파나마의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3분의 1이며 인구는 약 350만명에 불과하다. 사실 파나마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운하를 위해 탄생한 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04년 콜롬비아로부터 분리돼 독립국이 된 후 20세기 토목공학의 최고로 꼽히는 파나마운하가 1914년 완공됐다. 전 세계로부터 선박들이 운하를 통과하면서 파나마의 물류산업이 발전했다.
대서양 연안도시 콜론에 자유무역지대가 설립되면서 홍콩에 버금갈 정도로 중계무역이 번성했다.
금융업도 크게 발전했다. 현재 총 98개 은행이 활동하고 있으며 자산규모가 642억달러에 달할 정도이다. 파나마가 중남미의 싱가포르라고 불리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파나마는 현재 총 52억5000만달러를 들여 운하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 2014년 완공되면 해상운송에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현재 20피트 컨테이너 4000여개를 적재하는 파나막스급 선박보다 2배 이상 용량이 큰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이 운하를 통과하게 된다.
해상운송의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고 대형 선박의 건조가 늘어나게 될 터이니 세계 1위의 선박 건조국가이며 파나마 운하 5위 이용국인 우리나라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과 파나마는 1962년 수교 이래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파나마는 중남미 지역에서 멕시코, 브라질에 이어 제3위의 교역대상국이다.
지리적으로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요충에 위치해 있고 경제적으로 항공, 해운, 자유무역, 금융의 발달에 힘입어 역내 최고의 허브로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바꿔 말해 우리 기업들이 중남미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또 파나마는 세계적 규모의 미개발 동광산을 보유하고 있어 동광산 개발을 통한 자원개발 협력도 크게 기대된다.
최근에는 파나마 TV에서 '내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으며 '겨울연가', '가을동화', '이브의 모든 것' 등 한국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한류 붐이 파나마에서도 크게 확산되고 있으며 한국어, 한국음식,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한국의 국가브랜드와 한국상품의 가치가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주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8일 파나마를 공식 방문, 제3차 한•중미통합체제(SICA)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SICA는 중미와 카리브의 8개 회원국(엘살바도르•과테말라•니카라과•벨리즈•온두라스•코스타리카•파나마•도미니카공화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우리 중소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전통 우방국들이다.
이들은 경제통상협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경험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치안 및 전자정부 분야에서 한국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중미를 비롯해 여러 개발도상국의 의견을 적절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SICA 정상회의는 이를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와인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다. 2012년은 한•파나마 양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지 50주년이 된다. 수교 이후 양국은 우호협력관계를 긴밀하게 발전시켜 왔지만 정상 방문이 없었던 것이 늘 아쉬웠다.
이번 이 대통령의 파나마 방문을 통해 동아시아의 허브인 한국과 중남미의 허브인 파나마의 관계가 더욱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파이낸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