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한•멕시코 準FTA와 무역 다변화 과제
2010.07.05 13:52
최원기 /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멕시코와 파나마 방문을 통해 한국기업의 정보•기술(IT), 에너지, 광물자원, 인프라 등 분야에서의 중미지역에 대한 투자 확대 발판이 마련됐다. 또한, 멕시코가 한국에 준(準)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멕시코의 국가 인프라 구축사업에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가능해졌고, 향후 멕시코와의 FTA 체결을 위한 유리한 기반이 구축됐다.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중미지역과 경제 협력을 강화키로 합의한 것은 수출시장의 확대와 해외 경제 네트워크의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총인구 5000만명으로 한국과 비슷한 규모인 중미 8개국의 경제연합체인 중미통합체제(SICA) 회원국들과의 교역 규모는 2009년 현재 67억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미와 남미를 잇는 지리적 이점과 각종 인프라 건설 및 우회 수출기지로서 잠재성 등을 고려하면, 중미 국가들과의 교역과 투자는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파나마,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등 이 지역의 핵심 국가들은 과거의 내정 불안정을 극복하고 본격적인 경제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이들 국가와의 FTA 체결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한국의 수출 구조는 IT, 조선 등 소수의 수출 주력 품목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고, 수출 지역도 중국을 비롯한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런 수출 구조는 대외시장의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IT 등 주력 품목의 수출 실적 악화가 전체 수출의 악화를 초래하는 등 한국 경제의 약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SICA 회원국들과의 경제협력 강화는 중국을 비롯한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대외무역 및 투자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중국과 대만이 양안(兩岸) 경제협력 기본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중국 시장에서 대만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상위 20개 품목 중 대만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품목은 반도체와 LCD 등을 비롯해 14개에 이르고, 이는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액의 60%에 해당한다. 중국과 동남아 등 후발국 기업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8대 수출 주력 품목의 대중국 기술 격차가 평균 3.9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82.4%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무역의존도가 22.3%인 일본에 비해 4배 가까이 되고, 45%인 중국에 비해서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세계 시장의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지속적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FTA 정책을 통해 무역과 투자에 있어서 활발한 시장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연구•개발(R&D) 분야의 투자 확대를 통해 반도체•조선•자동차 등 전통적 수출산업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략산업을 개발하고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인 녹색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핵심 부품 및 소재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중국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된 수출시장을 중미뿐만 아니라 브라질 등 남미지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동안 원자재 공급처로서 기능을 해왔던 인도, 중동, 아프리카,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등 신흥 소비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에 비해 무역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신흥국과의 무역 투자 네트워크 확대 전략을 시급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중미지역과의 경제협력 강화가 한국의 해외 경제 네트워크 다변화를 위한 본격적인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