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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실패’ 양극화…‘늦은 대처’ 반면교사 삼아야 (3.6)
관리자 | 2007-03-12 |    조회수 : 1276
‘남미의 실패’ 양극화…‘늦은 대처’ 반면교사 삼아야  

 [한겨레   2007-03-06 05:12:40] 
 
[한겨레] 미국은 올해를 ‘중남미와 연대의 해’로 선언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부터 14일까지 브라질·우루과이 등 중남미 5개국 순방에 나선다.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에 반미 좌파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남미 좌파의 두 길을 상징한다. 외교통상부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한 신숭철 주 베네수엘라 대사와 최종화 주 브라질 대사가 2일 외교부 회의실에서 남미 변화의 원인과 배경, 전망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

사회=남미에서 잇따라 좌파 정권이 등장한 배경은 무엇인가?
신숭철 대사(이하 신)=백인 지배계급과 원주민 피지배계급 사이의 정치·경제적 격차가 극심했던 중남미에서 최근 피지배층의 각성과 권리 의식이 서서히 대두했다. 원인은 중남미의 민주화다. 두번째로 과거 중남미 전체에서 신자유주의가 도입됐지만 몇 년이 지나도 효과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대안을 찾아보자는 흐름이 생겼다. 세번째는 미국의 중남미 정책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미국의 뒷마당으로만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정책이 중남미 이해와 다르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좌파·급진·진보 정권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종화 대사(이하 최)=국가들마다 지역 편차도 크고 상황이나 정책도 많이 달라, 일률적으로 ‘좌파 돌풍’ 현상을 규정하기는 어렵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 에콰도르에선 실제로 좌파 성격이 짙은 정권이 집권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가 중심이 돼 반미 기치를 들고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한편에선 브라질 등 그런 움직임을 우려하는 좌파 정권들도 있다. 
사회=브라질의 룰라를 유연한 좌파,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를 원칙적 좌파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두 정권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최=룰라 정부는 노조를 기반으로 좌파 공약을 내걸고 집권한 태생적 좌파지만, 집권 뒤에는 온건한 중도 좌파로 선회했다. 중도 인사를 기용하고 국민대통합 기치를 내걸고 있다. 노조 이익만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도적 실용주의로 볼 수 있다. 
신=1989년 베네수엘라에서 신자유화 정책에 반발한 민중봉기가 일어났고, 그런 흐름 속에서 98년 차베스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 뒤 군부 쿠데타와 야당의 반 차베스 국민투표 운동, 국영석유회사의 총파업 등 기득권층의 대통령 축출 운동도 여러 번 일어났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유효투표의 62.9%라는 사상 최고의 득표율로 확고한 지위를 굳혔다. 앞으로는 국민적 지지를 업고 개혁을 밀고 나갈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취임식에서 21세기 사회주의를 펴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내가 보기에 21세기 사회주의는 과거 소련식 사회주의와 다르다. 저소득층에게도 부가 고루 분배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큰 이상 아래 각종 법률 정비, 시민교육 강화, 지방자치제 개혁, 밑으로부터의 권력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개념은 작은 공동체 조직을 강화해 국민의 의사가 직접 정책 결정에 반영되게 하고, 거창한 구호를 앞세우기보다는 국민의 삶을 바꿔 나가려는 것 같다.
사회=남미통합을 두고도 룰라와 차베스 간에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 
신숭철 대사 “신자유주의 대안 찾기 흐름 대두미국 맞서 에너지 등 통합 추진차베스는 국민을 상대로 한 교사”
신=남미통합 움직임의 저류에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하는 세력을 만들어보자는 의식이 있다. 그런 과정에서 차베스 대통령이 통합을 위한 제안들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가 에너지 통합이다.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가스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 구상은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항하려는 것이다. FTAA는 관세를 조정해 무역을 촉진하자는 것이고, ALBA는 이웃나라들끼리 서로 여유가 있는 것을 필요한 곳에 도와주자는 것이다. 석유가 풍부한 베네수엘라가 아르헨티나에 석유를 제공하면, 아르헨티나는 돈 대신 넘쳐 나는 우유를 제공한다. 이런 것을 남미 전체로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또 〈시엔엔〉 등 미국 언론 대신, 남미의 현상을 자신들의 시각으로 보도하자는 뜻에서 〈텔레수르〉 방송을 출범시키고,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 등의 개입에 대항한 ‘방코수르’ 설립도 제안했다. 
사회=미국이 최근 중동 등에 관심을 집중하면서 남미와 미국의 관계가 많이 느슨해졌다. 부시 대통령도 이번 순방에서 그런 변화를 의식해 남미와 연대를 강화하려고 하는 듯하다. 양쪽의 관계는 어떻게 재조정될 것으로 보는가?
최=미국은 전통적으로 남미를 당연한 우군으로 간주해왔다. 미국이 지난 10여년 동안 중동에 몰두하면서, ‘잊혀진 중남미’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미국은 최근 차베스의 행보 등에 우려하면서 올해를 중남미 포용의 해로 선언했다. 이번 부시 대통령 순방도 그런 맥락에 있다. 미국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중남미 정책을 재검토하고 포용 자세를 수립해 가면서, 한편으로는 베네수엘라 같은 반미 정권들을 고립·소외시키기 위해 다른 여러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거나 지원을 집중하면서 분리통치를 강화할 것이다. 
신=차베스 정권이 2기를 넘어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예상이 있다. 미국도 어떤 형태로든 베네수엘라와 관계를 재조정할 것으로 본다. 차베스 대통령이 언어적으로는 급진적이지만, 그의 집권 이후 경제적으로는 미국과 상호관계가 더 깊어졌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사회=룰라와 차베스 정권에 대한 내부 여론과 전망은?
최종화 대사“좌파돌풍 일률적 규정 어려워미, 포용-고립 ‘분리통치’ 강화할 것계층·인종 갈등푸는 움직임 배워야”
최=룰라 대통령이 중도 실용주의 정책을 펴면서, 노조 중심의 좌파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룰라 대통령이 집권한 뒤 일부 복지예산이 삭감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안정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하고 있고, 지난해 대선에서도 룰라 지지를 재확인했다. 
신=차베스가 여러 어려움을 겪었고, 기득권층과 마찰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차베스 지지층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차베스가 헌법을 고쳐 장기집권할 뜻도 있는 것 같지만, 야당이 약화돼 별 반발이 없다. 차베스는 개혁 정책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면서 사회를 통합해 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는 국민을 상대로 한 교사 같고, 열광하는 국민이 많다. 
사회=차베스가 사회정책을 유지하려면 돈을 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석유가 지탱하는 정권이 아니냐는 비판적 분석도 있다.
신=베네수엘라 경제가 석유에 의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석유부문 산업도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 최근 고유가 속에서 외환보유고가 300억달러를 넘고, 많은 사회기금도 확보돼 있다. 예를 들어, 국영석유회사가 이윤의 상당 부분을 별도 사회개발기금으로 적립해 이를 다양한 사회운동에 지원하고 있다. 또 현재 석유값이 하루 아침에 폭락하는 사태는 예견하기 어렵다. 차베스 정권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회=남미의 최근 변화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배우거나 경계할 점이 있으면 말해 달라. 
신=베네수엘라나 남미의 현상은 극심한 양극화의 결과다. 양극화는 어떤 형태로든 치유돼야 한다. 한국의 양극화가 남미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그런 부분이 있다면 초기에 빨리 고쳐야 한다.
최=국민 통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브라질은 광대한 국토의 다인종 국가이고, 계층도 복잡하다. 하지만 항상 국민, 사회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심한 양극화에 비해서는 심각한 갈등과 충돌은 없다. 통합을 위한 여러 사회 움직임들은 배울 점이 많다.
사회=마지막으로 한국과 남미의 관계에 대해 진단을 부탁한다.
최=남미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원, 농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반드시 동반자가 돼야 한다. 한-브라질 무역은 매년 30%씩 성장했고 무역규모도 연 60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 기업들이 좀더 남미에 관심을 가지고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신=우리 전체 수출 시장에서 중남미의 비중이 6.3%로 커졌다. 그런데도 중남미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지리적 거리보다 더 멀다. 심리적 거리감을 해소해야 한다. 한-아프리카 이니셔티브를 통해 대 아프리카 원조도 늘릴 계획인데, 한-중남미에도 비슷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 박민희, 사진 박종식 기자 minggu@hani.co.kr
대담자=최종화 주 브라질 대사

신숭철 주 베네수엘라 대사 
사회=오태규 민족국제 담당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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