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산타클로스’ 차베스
[한겨레 2007-03-05 19:17:28]
[한겨레]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선물’을 받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고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5일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는 지난달 영국 런던에 대중교통용 연료 공급가를 20%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이로 인해 런던 저소득층 25만명은 7월부터 대중교통을 반값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대신, 런던은 베네수엘라에 교통관리와 도시계획에 대한 조언을 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는 또 미국 16개 주에 40% 싼 난방용 석유 1억갤런을 공급하고 있다. 쿠바, 니카라과 등 최소 18개국이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싼값으로 공급받는다.
차베스의 선물은 석유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 부채를 갚는 데 25억달러를 지원했고, 볼리비아의 국유화 추진을 돕기로 약속했다.
차베스 비판론자들은 베네수엘라 인구 중 38%가 빈곤층이라며, 차베스가 석유를 무기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지자들은 차베스 정책이 국외 빈곤층에게 혜택을 준다며, 인도주의적 행동으로 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런 정책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의 서반구문제연구소(COHA) 소장 래리 번스는 “심리적으로, 또 실제 중남미의 미국 의존도가 낮아지는 등 양자간에 중대한 균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세계안보연구소(WSI) 소장 갈 루프트는 차베스의 영향력이 과대 평가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4번째 원유 공급국인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차베스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차베스가 더 미국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