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차베스 勢과시···남미가 후끈
[경향신문 2007-03-12 21:3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남미에서 세 대결을 벌이고 있다. 두 정상의 남미 ‘대회전’은 부시 대통령이 강화일로의 반미 감정을 달래기 위해 남미 순방에 들어가자, 차베스 대통령이 맞불을 놓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두 정상이 직접 대면하는 일은 없지만 방문국의 분위기는 판이하다. 부시 대통령이 가는 곳은 어김없이 반미 시위가 벌어졌고, 차베스 대통령이 가는 곳은 반미 열기로 뜨겁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8일 브라질을 방문한 뒤 9일 우루과이를 찾자, 차베스 대통령은 같은 날 인접국인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미 시위에 참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시위대를 피해 수도가 아닌 시골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차베스 대통령은 2만여명의 군중 앞에 나서 “(부시는) 시체나 다름없는 정치인, 우주의 먼지”라면서 ‘고 홈’을 외쳤다. 11일 볼리비아 엘 알토에서도 군중들 앞에 나서 미제국주의에 대한 반격을 촉구했다. 이날 도착한 니카라과에서는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과 반미 연대를 과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차베스의 공격에 대해 애써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브라질, 우루과이, 콜롬비아 방문에서도 철저히 실리 위주의 행보를 취하고 있다.
두 정상이 방문국에서 환대만 받은 것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11일 콜롬비아에서 6시간밖에 체류하지 않은 채 이날 밤 과테말라로 향했다. 콜롬비아는 2000년 이후 40억달러를 지원해온 남미 최대 우방이다. AP통신은 11일 “치안 불안 때문에 밤을 보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베스 대통령도 지난 10일 최대 우방인 볼리비아의 홍수지역을 방문해 미국 지원금의 10배인 1500만달러를 지원했지만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이 지역 시장은 “도움은 고맙지만 간섭은 괴롭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과테말라 방문 후 멕시코를 거쳐 귀국할 예정이며, 차베스 대통령은 12일 카리브해 연안의 아이티와 자메이카 등을 방문한다.
한편 베네수엘라 출신의 작가인 페르난도 바에스는 일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12일자에 기고한 칼럼에서 부시 대통령의 남미 방문은 이미 미국을 떠난 지역 민심을 되돌리기는 힘들 것이며, 부시와 차베스의 대결에서 결국 차베스가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찬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