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재정통합의 핵심 '남미은행'과 '남미통화'
[연합뉴스 2007-03-15 11:43]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중남미 지역 통합 논의의 핵심적 사항 중 하나인 재정통합 문제가 점차 공론화 과정을 걷고 있다.
현재 중남미 재정통합 노력과 관련해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남미은행' 창설과 '남미통화' 도입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남미은행 창설은 중남미 양대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막대한 석유자본으로 무장한 베네수엘라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오는 7월1일부터 양국간 통상거래에서 무역대금 결제시 상호 자국통화를 사용하는 것을 계기로 남미은행 창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3년 초 집권 이래 줄기차게 중남미 통합을 주장해온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에너지 공동개발과 인프라 확충이 중남미 발전과 통합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면서 각국의 국책은행이 참여하는 남미은행 창설을 통해 재원조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내세우고 있다.
이미 볼리비아가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남미은행 창설이 가시화할 경우 중남미 국가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중남미 국가들이 무역대금을 서로 자국통화로 결제하고 남미은행 창설을 추진하는 것은 재정통합을 향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면서 "남미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처럼 까다로운 차관 제공 조건을 내걸지 않고 중남미 각국의 경제성장을 돕는 '중남미 중앙은행' 역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14일 "중남미 국가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남미통화를 만들자"는 주장을 또 다시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헤게모니에 대항하기 위해 중남미 지역을 위한 공동화폐를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유럽이 '유로'라는 공동화폐를 통해 경제적.재정적 독립을 강화하고 있는 것처럼 중남미도 남미통화를 탄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미통화 이름을 '수크레'(Sucre)로 하자"고 제의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발언이 반미(反美)주의라는 이념적인 이유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남미통화를 만들자는 주장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초 에콰도르 대통령 당선자 자격으로 브라질을 방문한 라파엘 코레아는 에콰도르 경제성장을 위한 중남미 화폐 단일화를 역설하면서 "중남미 화폐의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현재 에콰도르가 채택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 공식화폐 정책을 폐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콰도르는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을 당시인 지난 2000년 9월 1884년 이래 116년간 사용해온 고유 화폐 수크레를 포기하고 미국 달러화를 공식화폐로 채택한 바 있다.
중남미 대륙의 양대 경제블록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안데스공동체가 합쳐져 유럽연합(EU)식의 경제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미은행 및 남미화폐 창설 문제는 앞으로 중남미 통합 논의와 관련해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다음달 16~17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리는 중남미 국가공동체 정상회담에서도 베네수엘라-브라질-아르헨티나 연결 남미대륙 종단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 바이오 에너지 대량생산 등과 함께 남미은행.남미통화 창설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 2004년 창설된 중남미 국가공동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메르코수르 5개 회원국과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안데스공동체 4개 회원국, 칠레, 가이아나, 수리남 등 12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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