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3년 한국산 수출 年48% 증가
[동아일보 2007-03-31 17:49:54]
한국은 지금까지 칠레(2004년 4월 1일)와 싱가포르(2006년 3월 30일),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소속 4개국(2006년 9월 1일·이상 발효시점)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협정을 발효시켰다. 만약 한국이 미국과의 FTA 협상까지 타결한다면 한국은 유럽 아시아 북미 남미 등 대부분의 대륙에 FTA 거점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가시화하는 FTA 파급효과
3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칠레 무역수지 적자는 한-칠레 FTA 발효 후 확대됐다. 하지만 이는 주요 수입품인 구리의 국제가격 상승에 따른 것으로 원자재를 제외한 무역수지는 오히려 흑자 폭이 확대됐다.
칠레 수입시장에서 자동차 휴대전화 TV 등 한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3.0%에서 지난해 4.7%로 늘었다. 점유율 순위는 8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칠레의 한국 제품 수입 증가율도 연평균 48%에 이르러 전체 연평균 수입증가율 27%를 크게 앞질렀다.
물론 한국시장에서 칠레 제품도 연평균 25.4%씩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칠레산 포도주. 2003년 6.5%에 그쳤던 칠레산 포도주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6.9%까지 늘었다.
다만 포도주를 제외한 순수 농산물 수입 증가액은 전체의 1.3%에 그치는 3600만 달러로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한-싱가포르 FTA의 효과도 비슷하다. KOTRA에 따르면 양국 간 교역액은 FTA 협정 발효 전인 2005년 108억 달러에서 2006년 148억 달러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대싱가포르 무역수지 흑자는 20억8900만 달러에서 36억900만 달러로 72.8% 증가했다.
현오석 국제무역연구원 원장은 “세계적인 자유무역 흐름에 적극 동참한 우리의 통상정책이 바람직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속속 이어지는 FTA 추가 협상
상대적으로 FTA 후발국이었던 한국은 최근 속속 협상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태국을 제외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9개국과는 지난해 4월 상품분야 협상을 타결하고 현재 국회 비준을 남겨두고 있으며 서비스·투자 부문도 올해 말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유럽연합(EU)을 포함해 캐나다 멕시코 인도 등과 FTA 협상을 진행 또는 검토 중이다.
한-캐나다 FTA 협상은 2005년부터 예비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2월 9차 협상까지 마쳤으며 멕시코와는 지난해 2월, 인도와는 지난해 3월부터 공식 협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비견할 만한 거대 경제권으로 분류되는 EU와는 현재 예비 협의를 마친 상태며 공식 협상 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국과의 FTA는 이미 민간 공동연구까지 마쳤지만 농수산물 부문의 타격이 워낙 클 것으로 우려돼 정부는 아직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일본과는 2004년 11월 6차 협상까지 마쳤지만 농산물 개방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현재는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미국과의 FTA 협상이 타결되면 다른 국가와의 FTA 체결에도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한국이 ‘FTA 강국(强國)’으로 불리기에는 부족한 면이 적지 않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효된 3건의 FTA로 인한 교역규모는 전체 한국 교역의 3.5% 수준이며 올해 ASEAN과의 FTA가 발효될 것까지 계산하더라도 이 비율은 약 10%에 그친다.
반면 호주와 북미, 중남미 국가들과 두루 FTA를 맺고 있는 미국은 2006년 12월 현재 FTA 등 지역무역협정(RTA)을 통한 교역비중이 35.2%나 된다. 또 칠레(74.4%) 싱가포르(62.2%) 중국(19.4%) 등도 이 비중이 한국에 비해 높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은 아직 거대 경제권인 미국이나 EU 등과는 FTA를 체결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한미 FTA는 한국이 동북아 FTA 경쟁에서의 주도권을 단번에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0년경에는 FTA 체결 지역과의 교역 비중이 50%를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