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3년의 교훈
[한국일보 2007-04-01 18:44:37]
3년 전 어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었다. 1999년 말 시작된 협상은 3년 만에 타결되었으나, 국회비준을 위해 또 1년 반을 기다려 발효될 수 있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대 칠레 수출증가율은 44%로, 우리나라의 대 세계 수출증가율보다 2배 이상 높은 실적이다. 칠레시장에서 우리나라 상품의 시장점유율은 2003년 3.0%에서 2006년 4.7%로 증가하여, 48%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휴대폰, 컬러TV 등이 칠레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한편 대 칠레 무역수지적자는 8억 달러에서 22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 농업영향 적으나 포도주값은 올라
정부와 FTA 옹호론자들은 칠레와의 FTA로 경제적 실익을 누렸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무역수지적자가 확대되었으므로 손실이라는 주장이다.
정반대 해석은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의 국회 청문회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 칠레 수입의 80%는 우리나라가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구리와 동괴이다. 3년간 이들 품목의 가격이 3배 올라 금액상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인데도 시각차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 칠레 무역수지 적자 확대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기에 이러한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 정치권은 전통적으로 특정국가와의 무역수지에 대한 영향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대 세계 무역수지의 추이를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구나 칠레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의 대부분은 원자재가 아닌가.
FTA 추진과정에 정부가 홍보했던 중남미 진출교두보 확보에 한ㆍ칠레 FTA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반대단체가 주장ㆍ우려했던 문제점이 나타났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보다 건설적인 토론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3년간 우리 기업들은 칠레에 3건의 투자를 했으나, 이 기업들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 대한 수출기지로 활약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칠레는 길쭉한 국토를 가로지르는 안데스산맥으로 남미 국가와는 지리적으로 분리된 상태여서, 인근국가로 물품을 수출하는 데 많은 물류비가 든다. 따라서 칠레에 대한 투자는 우리나라로 수출하기 위한 자원개발 목적이거나, 칠레 내수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다.
우루과이 라운드(UR) 농업개방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가운데, FTA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칠레와의 FTA 추진은 우리 농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400여 개 농산물을 사실상 협정예외로 설정하고 협상을 타결했음에도, 우리 농업계는 농업의 근간이 와해될 것으로 우려했었다. 또한 농업에 대한 지원을 위해 1조 2,000억원의 재정투입을 결정했다.
3년이 지난 시점에서 분석해보면, 칠레와의 FTA가 우리 농업에 눈에 띄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 칠레로부터 많이 수입되는 포도, 키위,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고, 농업피해 지원예산도 그대로 남아있다.
물론 향후 수입관세가 완전 철폐되면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으나 지리적 원거리, 반대되는 계절, 우리 국민의 고급 농산물 선호 등을 고려하면 심각한 피해 가능성은 높지 않다.
● 과장도, 무근거 피해주장도 피해야
한편 칠레와의 FTA로 칠레산 포도주 가격이 인하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포도주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주류 수입면허를 가진 소수 업체가 과점을 이용하여 초과이익을 보고 있고, 그 동안 국내 수요가 늘어난 점도 작용하였다.
지난 3년간 한ㆍ칠레 교역을 분석해 보면, FTA는 교역확대에 분명한 도움이 되었다. 찬반을 떠나 경제이익, FTA 이익을 과대하게 홍보해서도 안되겠지만, 근거도 없이 피해를 부풀려 주장하는 것도 피해야 할 것이다. 향후 EU, 중국, 일본과의 FTA도 추진될 예정인데, 정확한 경제이익과 손실을 추정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협정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