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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가 가져다 준 한국 굴삭기의 ‘칠레 돌풍’ (4.13)
관리자 | 2007-04-13 |    조회수 : 1227
FTA가 가져다 준 한국 굴삭기의 ‘칠레 돌풍’ 
 
[국정브리핑 2007-04-13 11:2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기업에게는 더 넓은 시장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더 큰 혜택을 주며, 산업 전체로는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다. 국정브리핑과 산업연구원이 공동 기획한 ‘우리 기업, FTA 날개를 달다’ 시리즈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성공신화를 창출한 기업과 산업을 소개한다. <편집자>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의 경쟁 상대인 미국과 일본업체는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브라질에 현지 공장을 세워 무관세로 칠레시장을 공략했습니다. 한국에서 굴삭기 등을 만들어 수출하는 우리는 관세 6%를 부담해야 했는데 이는 미국과 일본의 경쟁사 대비 차별 요인으로 작용했죠.” 

그런데 2004년 4월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칠레 FTA로 가격경쟁력이 살아나면서 미국 일본 업체와 대등하게 경쟁하게 됐습니다. 곧 제품이 폭발적으로 팔리기 시작했고 덕택에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건설장비는 칠레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중공업 건설장비해외영업부 이승재 부장의 말은 FTA가 기업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일깨워준다. 경쟁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FTA를 맺느냐 맺지 않느냐 여부가 시장 성공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단숨에 칠레시장 2위 도약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자. 2003년 칠레의 건설장비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은 미국의 캐터필러, 일본의 고마츠 등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말이 5위였지, 현대중공업의 시장점유율은 초라한 편이었다. 캐터필러와 고마츠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건설장비 제작업체로 2003년까지만 하더라도 각각 칠레시장을 50%,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두 업체의 비중이 75%에 달했기 때문에 5위였던 현대중공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했다. 

 
현대중공업은 FTA 관세철폐 효과로 칠레 시장에서 2위로 도약했다. 사진은 칠레 산티아고 현지 대리점에 전시된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하지만 최근 현대중공업은 고마츠에 이어 2위를 달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순위뿐 아니라 점유율도 대폭 늘어났다. 2006년 현대중공업이 칠레 건설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 가량. 중남미 시장 전체에서 1위를 차지하는 캐터필러는 3위로 내려앉았다. 당연히 수출액도 대폭 늘었다. 2003년 대비 2006년 수출액은 4배 이상 증가한 800여만달러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이 칠레시장에서 급성장한 것은 바로 관세 즉시철폐 영향이 크다. 1990년대 중반 칠레시장에 진입한 현대중공업은 후발업체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진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웠다. 그러나 경쟁사는 세계적인 명성에 더해 무관세 혜택까지 누리고 있었다. 경쟁사는 칠레와 FTA를 맺은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회원국 브라질에서 생산한 제품을 칠레에 무관세로 수출하고 있었다. 뛰어난 품질에도 관세 6%를 안고 있었던 탓에 현대중공업은 경쟁사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았다. 

2004년 4월 한·칠레 FTA가 발효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관세 6%가 즉시 철폐되자 13만~14만 달러에 이르던 현지 소비자가격이 1만달러 정도 낮아졌다. 인하폭을 우리 돈으로 따지면 1000만원이 넘는다. 게다가 현대자동차가 칠레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브랜드제고 측면에서 상승효과도 나타났다. 

점점 현대중공업 건설장비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중남미시장 50%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칠레 시장에서만큼 현대중공업에 밀리고 있는 미국 캐터필러사가 현대중공업을 의식해 가격을 할인해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을 정도다. 

칠레 발판으로 중남미 시장 도약 
한·칠레 FTA의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칠레 FTA는 결과적으로 칠레 시장보다 더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실 칠레는 규모면에서 그렇게 큰 시장은 아니다. 2006년 현재 칠레의 인구는 1613만명으로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출 증가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대신 칠레 주변에는 거대한 중남미 시장이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만 하더라도 규모면에서 칠레의 10배, 20배에 달한다. 

중남미 시장에서 칠레는 일종의 실험시장 역할을 한다. 시장은 좁지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칠레는 1996년 메르코수르(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나마, 우루과이)를 시작으로 멕시코, 중남미공동시장(코스타리카 등 5개국), EU, 미국, 한국, EFTA, 온두라스, 중국, 일본 등 수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해 경쟁이 극심하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면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 칠레 시장에서 살아남으면 일단 상품의 질은 인정받을 수 있다. 게다가 칠레는 1인당 GDP가 8641달러(2006년 기준)로 중남미 국가에선 선진국에 속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주변국은 칠레에서 성공한 제품을 대할 때 ‘뭔가 있다’고 바라본다. 이런 점에서 칠레는 좁은 시장 대신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셈이다. 

‘전초기지’에서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덕택인지 현대중공업은 중남미 시장 전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의 중남미 수출액은 2003년에 비해 10배 가량 성장했다. 올해엔 이보다 늘어난 1억 2000만달러 가량이 예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중남미 국가에 개발붐이 일어난 영향도 있겠지만, 칠레시장에서 얻은 좋은 평판이 여타 중남미 시장으로 확산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설명이다. 

시장 확장을 위한 노력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는 말처럼 현대중공업이 적극적으로 시장변화에 대응하지 않았더라면 이같은 성공은 거두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현대중공업은 한·칠레 FTA 협상 내용을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관세철폐 5년간 유예’ 이야기가 나올 땐 즉시철폐를 주장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또한 한·칠레 FTA가 체결된 이후에는 달라질 시장상황에 맞게 전략을 미리 세워 실천에 옮겼다. 

 
현대중공업은 우리나라와 칠레간의 FTA를 대비해 빠른 A/S 등 여러 대책을 준비했다. 사진은 현지 대리점에 마련된 A/S 공장. 
우선 현지 판매가를 인하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현지 대리점이 핵심부품을 비축하도록 해 애프터 서비스(AS)를 빠르게 진행하도록 하고 보증기간을 연장해 소비자가 믿음을 갖도록 했다. 여기에 판매상에게 광고비를 지원해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도 병행했다. 칠레 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이 거두고 있는 성공을 감안하면 이 전략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아쉽게도 FTA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FTA가 대세인 요즘 국가간 FTA 체결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칠레도 마찬가지다. 칠레와 중국간 FTA는 지난해 발효됐고, 일본과의 FTA도 조만간 발효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칠레와 일본간의 FTA에 대해선 그다지 걱정하지 않고 있다. 이미 경쟁상대 고마츠는 칠레와 FTA 체결국인 브라질 공장에서 건설장비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칠레와 일본간 FTA가 발효되더라도 시장에 큰 영향은 없다. 

서비스 강화로 중국발 파도 막는다 
문제는 중국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칠레 시장을 두드린 중국산 건설장비의 소비자가격은 현대중공업 제품의 60% 가량. 가격만 따지면 현대중공업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아직은 품질이 앞선 까닭에 당장은 걱정이 없지만 2~3년 내로 기술격차가 줄어들 것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확실한 품질을 보장하는 동시에 현지에 지사 등을 세워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고수한다는 계획이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라면 칠레 소비자도 이를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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