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포커스>남미‘가톨릭 부흥’ 계기 될까
[문화일보 2007-05-10 13:58:07]
(::낙태문제 충돌…룰라 합법화에 교황 반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9일 브라질 상파울루에 도착, 4박5일간의일정을 시작했다. 세계 최대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 방문을 통해교황은 생명 존중과 낙태 반대, 가족의 소중함 등 ‘가톨릭적 가치’들을 다시한번 설파하고 중남미 가톨릭 부흥을 도모할 계획이다. 교황의 이번 방문이 ‘가톨릭 대륙’ 남미에서 종교의 부흥을 다시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빗속 시민들 교황 마중 =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중남미를방문한 것은 2005년 4월 즉위 뒤 처음이다. 브라질을 찾은 것은1990년 추기경 시절 방문 이래 17년만이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대표들은 상파울루 과룰류스국제공항에 나와 교황을 영접했으며 ,빗속에서도 신자 수천명이공항 앞에 모여 교황을 반겼다. 시민들은 교황의 애칭인 ‘벤토(Bento)’를 외치며 깃발을 흔들고 환호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교황은 공항 영접이 끝난 뒤 시민들의 환영 속에 숙소인 상벤투 수도원으로 향했다.
교황 방문을 앞두고 상파울루 주(州) 일대에서는 범죄조직이 경찰서들을 연쇄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치안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교황의 동선을 따라 연방경찰과 군병력, 주 경찰을 3겹으로 배치하고 경호를 강화했다.
◆최대 이슈는 ‘낙태’= 신학 교수 출신인 교황은 가톨릭 보수주의의 상징이다. 좌파인 룰라 대통령은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노동자 출신이다. 너무도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은 10일 오전 상파울루 주지사 관저에서 회담을 갖는다. 교황은 가톨릭 가치를 다시한번 강조하고, 룰라대통령은 브라질의 사회복지와 세계 빈곤문제 등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대 화두는 낙태 문제가 될 전망이다. 중남미 가톨릭국가들에서 최근 바티칸의 입장과 배치되는 낙태 합법화 움직임이늘고 있다. 지난달 멕시코 멕시코시티 의회가 낙태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세속 정치인들과 교계의 갈등은 표면화됐다. 멕시코 가톨릭계가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의 교적을 박탈하는 ‘파문’ 결정을 내린 것. 브라질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이 이에대해 묻자 교황은 “파문에 찬성한다”고 명시했다.
가톨릭 교세가 강한 중남미에서 ‘파문’은 정치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중남미 ‘가톨릭 부흥’ 가능할까 = 낙태 금지와 파문같은 보수적인 조치들을 교회가 고집하는 사이, 세계 11억 가톨릭신자의절반이 살고 있는 중남미에서 가톨릭의 위상은 갈수록 낮아지고있다. 브라질의 경우 1991년 81%에 이르렀던 가톨릭 인구 비율은 2000년대 64%로까지 떨어졌다. 중남미 다른 나라들에서도 가톨릭 대신 개신교파 오순절교회 등이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오순절교회는 중남미 특유의 토착화된 순응주의를 거부하며 적극적으로 자본주의 윤리를 설파하면서 빈곤층 사이에 세를 불려가고 있다.
중남미 언론들은 가톨릭의 위기에 주목하며 교황의 방문이 부흥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은 “교황의 브라질 방문은 가톨릭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여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은 교황이 콜롬비아도 방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중남미 전체가 바티칸의 원칙을 따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교황에게 힘든 여행이 될것”이라고 지적했다.뉴욕타임스는 “지난 30여년간 브라질인들이 가톨릭 교리에 대해 품고 있던 의문과 변화 요구에 대해 교황은 분명한 대답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전통과 변화의 흐름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가톨릭의 딜레마를 지적했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