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폐쇄’ 차베스-룰라 관계 ‘흔들’
한겨레 | 기사입력 2007-06-04 19:00 | 최종수정 2007-06-05 01:48
[한겨레]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민영방송의 문을 닫게 만든 일을 둘러싸고 브라질과 뜨거운 설전을 벌였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축으로 남미의 경제·정치 협력을 강화하는 노력에 앞장서온 양국 사이가 흔들린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한편으론 갈등을 풀기 위한 두 나라 정상사이 접촉도 시도되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달 30일 브라질 상원이 베네수엘라 정부에 <라디오 카라카스 텔레비전>의 방송 재개를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한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그런 의회를 가진 브라질인들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브라질 의원들을 미국의 “하수인” “앵무새”라고 맹비난했다. 또 자신의 결정을 바꾸는 것은 브라질에서 포르투갈의 식민통치를 되살리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브라질 언론이 전했다.
이런 발언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발끈했다. 그는 1일 “차베스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난 브라질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국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를 불러 차베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라고 외무장관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차베스 대통령은 2일에도 브라질 상원에 대해 “교양이 없다”고 비난했다. 룰라 대통령 또한 “브라질 상원은 교양이 없는 성명을 낸 게 아니라 이해와 포용력을 촉구한 것”이라고 다시 맞받았다.
하지만 4일엔 분위기가 약간 누그러졌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룰라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당히 유화적인 자세로 그간의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교장관이 전했다. 룰라 대통령도 해외 순방을 마친 뒤 귀국해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