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에게 노벨 평화상을(?)"
스페인 EFE 통신은 10일 "모랄레스 대통령이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을 의식한 행보를 거듭해 왔으며, 이번 주 콜롬비아 반군단체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을 향해 무장 해제를 촉구하는 것을 끝으로 비공식적으로 진행해온 '노벨 평화상 캠페인'을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날 수도 파라스 대통령궁에서 쿠바의 전직 좌익 게릴라 출신 인사들을 만나 "폭력은 적절한 투쟁 수단이 되지 못하며, 누구나 무기를 들고 싶은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지금은 결코 FARC가 무기를 갖고 투쟁할 때가 아니다"면서 FARC에 대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민주적.문화적 혁명을 추구할 것을 촉구했다.
모랄레스 대통령 자신은 노벨 평화상을 받고 싶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동안 볼리비아 정부의 공식 성명이나 외교경로를 통해 전해진 입장은 다분히 오는 12일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지난 8일 자신이 그토록 열렬하게 추앙해 마지 않는 남미의 혁명가 체 게바라 사망 4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뒤에도 "지금은 무장투쟁의 시대가 아니며, 체 게바라가 사용했던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평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양심과 평화적.민주적 변화의 시기에 살고 있으며,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 무기를 들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 제국주의'를 향해 수시로 핏발을 세우던 평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앞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다녀간 직후인 지난 2일에는 "지구상에서 모든 핵무기를 근절해야 한다"면서 '아무 쓸모없는 핵무기'를 모조리 없애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이란의 핵개발 권리를 적극 두둔하던 그였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1980년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아르헨티나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의 사례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볼리비아를 비롯한 남미 인접국의 원주민 공동체와 각국 노동자 단체, 좌파정당, 유명 인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눈치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사들 중에는 남미 해방신학의 대부인 브라질의 레오나르도 보프 신부, 아르헨티나 민주화 투쟁의 상징인 '5월 광장 어머니회', 이탈리아 및 스페인 공산당, 그리고 1992년 수상자인 과테말라의 리고베르타 멘추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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