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정치권에 여풍이 거세다. 지난해 칠레와 자메이카에서 시작된 이 바람은 조만간 아르헨티나를 거쳐 브라질까지 이어질 태세다. 그동안 중남미 여성 대통령들이 대부분 지도자였던 남편이나 아버지의 사망 후 그들의 후광을 업고 혼란을 틈타 지도자 자리에 올랐던 데 반해 최근 등장한 여성 지도자들은 자신의 확고한 정치기반을 바탕으로 정치 전면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유력한 여성 후계자들=9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차기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노리는 ‘남미의 힐러리’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상원의원이 지지율 45.7%를 기록해 오는 28일 대선에서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CEOP 조사 결과 현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의 부인인 페르난데스 의원은 기권표와 무효표를 제외한 유효득표율에서 엘리사 카리오 전 하원의원을 30%포인트 넘게 따돌리며 1위 자리를 지켰다.
브라질에서도 ‘마담 프레지던트’ 시대가 기대된다. 아르헨티나와 스페인 유력 일간지들은 이날 딜마 로우세피 정무장관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했다.
대선까지는 아직 3년이나 남았지만 룰라 대통령이 최근 “개헌을 통한 3선 연임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브라질에서는 후계 구도 논의가 한창이다.
로우세피 장관은 2003년 룰라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부 장관을 거쳐 2005년부터 ‘수석장관’인 정무장관을 맡아 브라질의 성장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50%를 넘나드는 룰라 대통령 지지율이 유지되면 룰라 정부의 핵심인 로우세피 장관은 브라질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꿋꿋함과 부드러움이 무기=현재 중남미에는 두 명의 여성 통치권자가 있다. 지난해 1월과 3월 각각 취임한 미첼 바첼렛 칠레 대통령과 포샤 루크레티아 심슨 밀러 자메이카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군사정권 시절 단련된 꿋꿋함과 여성의 부드러움을 무기로 우먼파워를 떨치고 있다.
바첼렛 대통령의 아버지는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집권 중이던 1970년대 고문으로 숨졌다. 바첼렛은 고아를 돌보는 비정부기구에서 활동하다 1989년 피노체트가 물러나자 정계에 발을 들여놨다. 그는 취임후 장관직과 주지사를 남녀 동수로 꾸려 여권 신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공공정책을 전공한 밀러 총리는 노동부장관 등을 역임하며 오랫동안 자메이카의 소외계층을 대변해오다 14년간 집권한 P J 패터슨 전 총리로부터 자리를 이어받았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2007.10.10 (수)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