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르헨티나는 지리적으로 멀다. 그 먼만큼이나 두 나라 사람들의 정서적 거리감도 크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오해가 일어날 수도 있다. 타자를 이해하는 것은 늘 만남을 전제로 한다.
한국의 문화 예술을 아르헨티나에 선보이는 ‘한국주간’ 행사가 지난 10월 8일부터 13일까지 코르도바시에서 개최됐다.
‘코르도바 한국주간’(Korea Week in Cordoba) 행사(주최: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공동후원: 코르도바시, 코르도바대)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코르도바시에서 개최돼 성황리에 끝을 맺었다. 이번 코르도바 한국주간행사는 바로 우리의 존재를 상대방에게 먼저 알리고, 한편으로는 그쪽을 알고 싶다는 하나의 손짓, 신호였다. 코르도바 시민들은 이에 환영의 제스처를 보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코르도바시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약 600km 떨어진 아르헨티나 제2의 도시. 16세기말 스페인 정복자들이 세운 도시답게 도시 곳곳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풍스런 옛 스페인 건물들이 즐비한 곳이다. 이 유서깊은 도시에서 한국을 알리는 행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한국과 아르헨이 공유한 한반도 평화 염원
먼저 ‘2007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코르도바대 고등연구원에서 주관한 학술 세미나 ‘남북관계, 그 현황과 전망’이 지난 10일 개최됐다. ‘2007 남북정상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 및 의의, 선언문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스페인어로 번역된 남북공동 선언문도 배포했다.
세미나에는 하이메 실베르트 교수(코르도바대, 전아르헨한국학회장)를 비롯해 살바도르대, 로사리오대 등의 한국학 전문연구가들이 참가해 남북정상회담의 의의, 독일의 통일이 남북통일에 주는 시사점 등을 발표했다.
문화행사는 그림 전시회, 한국영화, 한국전통 무용 및 음악 공연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꾸며졌다. 문화행사는 아르헨티나 이민으로서 현지 미술계에서 두각을 내고 있는 중견 미술인 조용화 씨의 25년 화가 생활을 결산하는 미술전시회(10월 8일~20일)로 시작됐다. 코르도바시 문화센터에서 개최된 조화백의 전시회에는 현지 미술인, 예술인, 학자, 학생, 일반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8일 문화행사 개막에 맞춰 코르도바시 문화센터에서 100명의 초청객이 참가한 가운데 코르도바 한국문화주간 개막을 겸한 칵테일 파티도 개최됐다.
부처의 미소에 반하고, 고은 시인에 취하고
11일에는 코르도바 교민회 어린이들의 사물놀이 공연은 그 활기찬 리듬과 음색으로 한국문화주간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이어 벌어진 한국예술 특강에서서 아르헨의 저명한 동양미술학자이자 평론가인 오스발도 스바나시니(Osvaldo Svanascini) 교수가 200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직접 찍은 슬라이드쇼를 통해 한국의 불상, 조각, 그림 등 한국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하자, 참석한 100여명의 청중들은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문학을 연구하는 엘리다 에레라 교수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물망에 오르던 고은 시인의 문학세계를 중심으로 한국근현대 문학의 역사 및 현황을 강의하면서 한국문학 불모지인 이곳에 한국 문학을 소개했다.
같은 날 저녁 8시에 열린 황의승 주 아르헨티나 한국대사 내외 주최 리셉션에는 알베르트 우르키아(Alberto Urquia) 상원의원 등 코르도바시, 주정부 관계자 및 학계, 문화계, 언론계 인사 등 약 200명이 참석하였다. 황의승 대사는 이번 한국주간행사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아닌 유서 깊은 지방도시 코르도바에서 개최된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번 행사를 통해서 양국민이 보다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고, 이 행사가 앞으로도 매년 개최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요지의 연설을 하였다.
한편, 코르도바대 극장, 시문화센터 산하 시네클럽 등 3대 극장에서 개최된 한국영화 상영회(10월 8일~17일)에는 ‘왕의 남자’ 등 최신작 8편이 선보였다. 한국영화상영회에는 연일 많은 관객들이 찾아 아르헨티나에서의 한국영화 붐을 실감케 하였다.
마지막 한국문화주간행사로 이번 코르도바 행사의 최대 이벤트인 한국예술단의 중남미 순회공연이 12일 코르도바대 파베욘 아르헨티나(Pabellon Argentina) 극장에서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공연단은 약 90분간 축원무, 사물놀이, 시나위 합주, 홍춤, 판굿 등 다양한 우리 전통음악과 무용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많은 관람객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전통 무용 및 음악이 이렇게 역동적이고 아름다운줄 몰랐다고 칭찬하면서 한국의 예술·문화가 지방도시인 코르도바에도 계속 소개되고 이런 행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 바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한국과 아르헨 깊이 있는 만남
이번 코르도바 한국주간 행사는 관람객 수나 공연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호응도, 평가 등을 종합해볼 때 매우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할 수 있다. 또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아닌 지방 도시인 코르도바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행사를 한만큼 이곳 사람들에게도 한국을 알리고 현지인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번 행사를 통하여 코르도바 학계, 문화계, 언론계 인사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도 커다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번 한국주간행사는 다이내믹코리아를 아르헨티나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한국 주간행사를 앞두고 현지 언론매체와 여러 차례 기자회견, 브리핑, 방송출연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아마도 이번 행사를 계기로 코르도바 시민들은 한국이 얼마나 역동적인 나라인지를 새삼 깨달았을 것이다.
그동안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에서는 2004년부터 코르도바 국립대학과 협력하여 소규모로 한국주간행사를 연례적으로 개최해 왔는데 올해는 코르도바시와 협력, 확대 실시했다. 한국대사관은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로 앞으로도 코르도바시, 더 나아가 코르도바 주정부와 협력하여 이 행사를 계속 연례적인 행사로 추진해 아르헨티나와의 뜻 깊은 만남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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