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민, 차베스를 무릎 꿇리다 (12.4)
관리자 | 2007-12-05 | 조회수 : 1159
중남미 反美반미·좌파 연대의 선봉장을 자처하는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영구집권 기도가 무산됐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2일 국민투표에서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와 언론통제 등을 골자로 한 헌법개정안을 찬성 49%, 반대 51%로 부결시켰다.
차베스 정권은 선거 감시기구와 야당 의원들을 투·개표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개표 때는 폭력사태를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전국에 군인 10만명을 배치했다. 비판적 신문과 방송을 차례차례 폐쇄한 차베스가 국영방송과 親친정권 신문·방송을 통해 일방적 홍보전을 펼쳤음은 물론이다. 베네수엘라 국민의 승리는 이런 배경 때문에 더 빛나 보인다. 정적에 싸였던 수도 카라카스는 선거결과가 발표되자 순식간에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고 한다.
3차례나 대통령직을 맡아온 차베스는 이번 개헌을 통해 영구집권의 발판을 마련하려 했다. 차베스는 석유 판 돈으로 인구의 60%에 달하는 빈곤층의 마음을 휘어잡는 포퓰리즘으로 1999년 집권 이후 모든 선거에서 승리해 왔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석유산업 등 국가기간산업과 의회, 사법부를 차례로 장악해 권력을 확대해 왔다.
차베스는 그것으로도 모자라 “2020년 또는 2027년까지 집권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꿈꾸는 ‘21세기 사회주의 국가’ 건설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개헌안에는 대통령에게 신문사·방송국 폐쇄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그의 노골적 권력욕에 등을 돌렸다. 차베스 연합정권에 참여했던 정당도 지지를 철회했고 한 때 최측근이던 전 국방장관도 반대세력으로 돌아섰다. 차베스를 지지했던 학생들도 개헌 반대 시위에 나섰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법과 제도를 壓殺압살하고 언론의 입을 강제로 틀어막아 민주주의의 싹을 완전히 잘라버리려는 것까지 용납하지는 않았다. 차베스의 패배는 볼리비아,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남미 포퓰리즘 정권들이 시도하고 있는 정권연장 개헌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베스를 “반미·反반신자유주의의 전도사”로 치켜세운 것이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KBS다. 지난해 KBS는 다큐프로그램을 만들어 차베스를 실컷 찬양하며 “차베스의 실험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고 했다. 우리의 모범으로 삼자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