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국 참여 공식 출범… 지역 경제통합 지원
자본금 마련, 회원국간 의견 조율이 '순항'변수남미 국가의 경제성장을 책임질 남미은행이 9일 공식 출범했다. 남미은행은 앞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대신해 남미의 지역개발, 경제적 통합을 지원하게 된다.
회원국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에콰도르 등 7개국이며 칠레, 콜롬비아, 가이아나, 수리남, 페루 등 나머지 남미 국가도 모두 참여의사를 밝혔다. 본부는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설치되며,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에 지부가 들어선다.
남미은행의 산파 역할을 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남미 국가들은 그동안 신자유주의를 노래하는 IMF 뒤에서 코러스를 넣기에 바빴지만 앞으로는 우리를 위한 노래를 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남미은행의 출범 동기와 목표가 함축돼 있다.
남미 국가들은 1990년대 신자유주의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호된 역풍을 맞은 기억이 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는 1990년대 말 경제위기를 겪은 뒤 IMF식 경제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경제는 점점 파국으로 치달아 유혈폭동이 일어났고, 2001년 12월 이후 1년 반 동안 대통령이 네 차례나 바뀌는 홍역을 치렀다. 10일 임기가 끝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2003년 취임 후 가장 먼저 IMF와의 결별을 선언했고, 그 후 아르헨티나 경제는 안정을 되찾았다.
이 같은 일을 겪으면서 남미의 반IMF 정서는 더욱 깊어졌다. 남미 12개국 모두가 남미은행 참여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남미은행은 기존 국제금융기구보다 완화된 대출 조건으로 남미의 도로 건설이나 빈곤 대책을 도와 IMF, 세계은행 등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그러나 위상과 운영 방식 등이 합의되지 않아 예정대로 내년 초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방 자본주의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는 베네수엘라는 남미은행이 IMF 등을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브라질은 이런 대립적인 구도를 못마땅해 하고 있다. 또 베네수엘라가 경제규모에 따라 자본금을 차등 분담하되 의결권을 균등하게 나눠 가지자고 주장하는 반면, 브라질은 자본금 균등분담 원칙을 내세워 갈등을 빚고 있다. 초기자본금 70억달러(약 6조5000억원) 역시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