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1일 쿠바의 시엔푸에고스에서 열린 '페트로카리브' 정상회담에서 중미 및 카리브해의 회원국들에 베네수엘라가 특혜조건으로 제공하는 원유에 대해 바나나, 설탕 등 각국 특산물 혹은 용역으로 대가를 지불해도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외신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과 부자소비국들이 지구촌 자원들을 불공평하게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베네수엘라와 남미, 카리브해 지역의 형제 국가들은 원유와 가스에는 문제가 없다"며 "제국주의와 대규모 자본가들의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는 '원유의 새로운 지리정치학 구조'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페트로카리브 회원국들이 베네수엘라가 특혜 조건으로 제공하는 원유를 수입하면서 안고 있는 부채가 1년여 만에 11억6천만 달러에 이르렀으며 오는 2010년까지 4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를 특혜금융과 병행하여 사정이 어려운 회원국은 특산물과 의료와 같은 각종 용역으로 상쇄하자고 제의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어떻게 각국 특산물과 용역으로 원유 수입 대금을 상쇄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쿠바가 원유를 수입하는 대신 쿠바가 베네수엘라에 의료진을 파견하고 있는 사례를 들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해 국제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의했으나 그 이상의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회원국들에 1일 10만2천 배럴의 원유를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있으나 수송 및 저장 시설이 부족해 현재 1일 5만3천 배럴밖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장래에 여건이 개선되면 추가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는 회원국들에 원유를 국제가격에 공급하되 대금의 40%를 25년 거치에 연리 1%로 받는 파격적 특혜를 주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의 이 같은 특혜에 따라 도미니카 공화국의 경우에는 연간 4억5천만 달러를 우선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데 일부에서는 베네수엘라가 결국에는 국제유가를 다 받으면서 생색을 내고 결국 수혜국들은 장기적으로 악성 채무국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제안한 '미주자유무역협정' 설립을 거부하고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차베스 대통령이 주동이 되어 2005년에 출범한 '페트로카리브'는 그동안 베네수엘라의 회원국들에 대한 원유 특혜공급을 고리로 성장해 왔는데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으로 꼽히는 온두라스가 17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방장관과 차베스 대통령이 공동으로 회의를 진행했으나 달변에다 다변의 차베스 대통령이 시종 회의를 주도하는 등 차베스 대통령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미국에 대량의 원유를 공급하면서도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온 차베스 대통령은 시엔푸에고스 정상회담과 병행하여 구 소련의 붕괴와 함께 지원이 중단되면서 폐허상태에 있었던 시엔푸엔고스 정유소를 1억3천600만 달러의 베네수엘라의 자금으로 재가동하는 기념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현지에서 1천200명의 고용창출과 함께 재가동하는 시엔푸에고스정유소는 우선 하루 6만5천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고 점진적으로 시설을 증설해 1일 10만 배럴 이상의 원유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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