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달러 찍은 유가 에너지혁명 기업을 가다 / < 1 > 세계최대 바이오에탄올 생산'코산 ◆
"죄송하지만 저희 매장에는 휘발유 차종이 없습니다." 휘발유 차량과 플렉스 차량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에스타도 거리에 있는 GM 차 전시장 매니저는 "2004년부터 휘발유 차종이 단종됐다"고 말했다. 벡트라 시보레 등 모든 모델이 플렉스 차량이다.
"혼다 폭스바겐 등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휘발유 차종을 계속 줄여가고 있어요. 한국산 현대차는 플렉스 차량이 없다고 들었는데, 조만간 도입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매니저 마르시아는 플렉스 차량이 아니고선 브라질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85%가 플렉스 차량이고, 사탕수수 기름을 넣지 못하는 휘발유 차종은 중고차 시세도 형편없다. 디젤을 넣는 대형 트럭도 사탕수수 기름을 주유할 수 있게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플렉스 차량 제조 공정이야 기존 휘발유 모델에서 몇 가지만 바꾸면 된다니 그렇다고 해도 그 많은 기름은 도대체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 브라질에서 운행 중인 플렉스 차는 500만대로, 서울 전체와 비슷하다.
해답은 상상을 초월하는 사탕수수 재배 면적에서 찾을 수 있다. 국토 넓이 세계 5위답게 브라질에선 농장 하나 면적이 서울과 맞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탕 공장에 불과하던 코산(COSAN)이 최근 몇 년 만에 석유 메이저 못지않은 에너지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브라질에서 가장 넓은 사탕수수 농장을 보유한 덕이다.
120년 전 라파드 사탕수수 농장 하나로 출발한 코산은 현재 세라, 가자 등 브라질 전역에 17개 농장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주에 있는 코산 사탕수수 농장과 바이오에탄올 공장. 바이오에탄올을 연간 43만ℓ 생산한다. 코산은 브라질 전역에 이런 농장을 17개 운영하고 있다.
농장 규모는 자그마치 58만㏊. 서울 10배에 가까운 면적이다. 현재 생산량 중 25%는 미국과 유럽 등지로 수출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들어오는 주문이 갈수록 늘어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회사 마리뇽 부사장은 "올해는 17개 농장이 각각 연산 1만t씩 증산하고, 고히아스주에 농장 세 곳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통 노동자 3000~5000명이 필요한 사탕수수 농장을 한꺼번에 3개나 신설하는 것은 바이오에탄올 수요를 확신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바이오에탄올 소비량이 2년 전과 비교해 40% 늘었는데, 10년 뒤에는 전체 자동차 연료 중 10%를 바이오에탄올이 차지할 것이다." 마리뇽 부사장은 그러면서 바이오에탄올의 가격경쟁력을 설명했다. 현재 브라질에서 사탕수수로 만들어내는 바이오에탄올 원가는 ℓ당 0.19달러(약 180원) 정도로 휘발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콩으로 만든 미국산 바이오에탄올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25달러까지 떨어지지 않는 한 브라질산 바이오에탄올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중요한 사실은 코산 같은 브라질 바이오에탄올 업체들의 성장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다.
2013년부터 모든 나라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운 '발리 로드맵'에 따라 각국 정부는 바이오연료 보급정책을 마련 중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 가운데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브라질산 사탕수수 기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휘발유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고유가에 비례해 코산 주식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미국 프랑스 등지 자본이 전체 85%를 보유하고 있다. 유가 100달러 시대를 맞아 투자처로 코산의 '마르지 않는 유전'을 선택한 것이다.
매일경제 [상파울루 = 박만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