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 찍은 유가 에너지혁명 기업을 가다 / (1) 세계최대 바이오에탄올 생산'코산◆
주유소에 푸조 한 대가 미끄러지듯이 들어왔다.
차창을 내리고 여성 운전자가 주문한 것은 "알코올 50리터". 알코올이란 사탕수수 기름으로 만든 식물성 휘발유, 즉 바이오에탄올이다.
"작년에 플렉스 차량으로 바꾼 뒤부터는 기름값 걱정을 안 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죠."
운전자 에리카가 가리킨 가격표에는 '가솔린 2.299헤알, 알코올 1.199헤알'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반 휘발유가 우리 돈으로 ℓ당 1400원인 데 비해 식물성 휘발유는 그 절반인 700원(1헤알=600원)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유가 100달러 시대' 위기가 이곳에선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상파울루 시내 이피렝가에 있는 이 주유소에선 주유차량 3대 중 1대가 휘발유도 넣고 알코올도 넣을 수 있는 플렉스(flex) 차량이다.
플렉스 차량 운전자들은 대부분 알코올을 주유한다. 일반 휘발유를 넣는 차량도 사탕수수기름을 4분의 1 정도 소비한다. 주 정부가 휘발유에 알코올 25%를 섞도록 의무화했기 때문.
"한국에서 왔다고요? 사탕수수기름이 미덥지 않겠지만 연비가 휘발유 대비 80~100%에 달한답니다." 주유소 매니저 로이스 발도의 설명이다.
WTI와 두바이유 가격이 100달러에 근접하면서 세계가 브라질 에너지혁명에 주목하고 있다. 300여 개 브라질 사탕수수 기업들이 지난해 생산한 바이오에탄올(알코올)은 175억ℓ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휘발유 차량이 1년간 쓰는 연료의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휘발유 절반값의 바이오에탄올 가격표가 걸려 있는 브라질 상파울루 시내 한 주유소. 사탕수수에서 뽑은 바이오에탄올은 ℓ당 650~750원선이다
마르코스 마리뇽 COSAN 부사장은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근접하고 있지만 우리는 45달러에 바이오에탄올을 만든다"며 "자동차 연료 가운데 경제성 측면에서 단언코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바이오에탄올 생산량 세계 1위인 코산은 고유가가 시작된 2003년부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3년 만에 매출은 두 배 이상 뛰어 지난해 20억달러를 넘었고, 지난해 4월 상장된 주식은 85%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들였다.
설탕농장에 불과하던 회사가 세계 굴지 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신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얼마 전 채택된 '발리 로드맵'에 따라 모든 나라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게 됐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바이오연료 사용이다.
사탕수수로 만드는 바이오에탄올은 산소가 35%나 함유돼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휘발유에 비해 훨씬 적다. 미국 에너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휘발유에 사탕수수기름 10%만 혼합해도 배출가스를 18~29% 줄일 수 있다.
세계 각국이 바이오연료 보급 확대에 나섬에 따라 코산은 2005년 10억ℓ였던 바이오에탄올 생산량을 지난해 15억ℓ를 거쳐 2011년 35억ℓ로 늘릴 계획이다.
■ < 용 어 > 플렉스 차량 : 100% 에탄올이나 100% 휘발유 또는 두 혼합물을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이다. 혼합비율을 자동적으로 분석해 엔진을 조정해주기 때문에 값이 싼 연료를 골라 쓸 수 있다.
매일경제 [상파울루 = 박만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