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너지난•임금인상•채무상환조정 등 난제 산적
지난달 10일 아르헨티나 사상 첫 선출직 여성 대통령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속에 취임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험난한 집권 초기를 넘기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이틀 정도를 제외하고는 산적한 국내외 현안으로 숨 돌릴 틈 없이 한 달을 보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11일 "국내적으로는 인플레 억제와 에너지난 해소, 대외적으로는 선진 채권국 그룹인 파리클럽과의 채무 상환 일정 조정과 '차베스 정치자금 지원설'에 따른 미국과의 공방 등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면서 집권 초기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난관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취임하자 마자 63억 달러에 달하는 파리클럽에 대한 채무상환 일정 조정 문제로 시달렸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 2001년 지불유예를 선언한 채무의 상환 의지를 밝히면서 파리클럽에 상환 일정 연기를 요청했으나 파리클럽은 국제통화기금(IMF)의 보증을 요구했다.
이 문제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파리클럽-아르헨티나 간의 채무 조정 협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나면서 협상 자체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6년 1월 IMF에 대한 부채 95억달러를 상환한데 이어 455억3천200만 달러 수준인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올해 하반기 중 파리클럽 채무를 상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어 지난 달과 이달 초 사이 재계와 노동계를 상대로 임금인상 요구 억제, 상품 판매가격 인상 자제, 기업투자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협약'을 체결하려 했으나 협의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한 채 좌절됐다.
이는 페르난데스 대통령 취임 이틀만에 첫 파업이 발생하는 사태로 이어졌으며, 노동계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정부 시절 수년간의 임금 동결에 대한 대가로 올해 최대 30%의 임금인상률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선을 전후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 79만 달러(일부 언론 80만 달러)가 전달되려 했다는 미국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의 발표로 시작된 미국-아르헨티나 간의 공방도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취임 이틀 뒤인 지난달 12일 터져나온 이른바 '차베스 정치자금 지원설'로 인해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미국 정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갖추지 못한 채 연일 공방을 주고 받았으며, 이는 국내문제로 갈 길이 바쁜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일찌감치 페르난데스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꼽혔던 인플레율 상승 문제로 곧바로 전면에 등장했다.
아르헨티나 정부 산하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는 최근 "지난해 연간 인플레율이 8.5%를 기록했으며, 2006년의 9.8%에 비해 인플레율 상승 억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민간 경제 전문가들은 "INDEC이 발표한 수치가 재계 및 소비자들의 체감 인플레율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연간 인플레율이 18~25% 선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 2002년 이후 동결돼온 대중교통 요금과 생필품 가격이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고, 노동계의 임금인상 요구 등이 겹쳐지면서 올해 매월 1% 안팎의 인플레율 상승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우려됐던 에너지 부족 사태도 점차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계속된 무더위로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중심으로 한 대도시 지역에서 전력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500만 가구에 전력공급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일시 중단되는 사고가 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중산층 거주 지역에서는 잇단 정전 사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3월 30일까지 석 달간 '서머타임'을 부활하기로 하는 등 전력 소비 절약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지난 9일 첫 국정연설을 통해 에너지 위기론의 실체를 인정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여기에 볼리비아가 지난 2006년 5월 에너지 산업 국유화를 선언한 이후 다국적 기업의 투자가 중단되면서 천연가스 생산량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볼리비아산 천연가스의 아르헨티나 수출이 줄어든 것도 에너지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둘러싸고 이처럼 온갖 악재가 돌출되고 있는데 대해 아르헨티나 내 정치 전문가들은 "페르난데스가 새 정부 출범 초기 전통적 의미의 '밀월 기간'은 커녕 국내외 현안에 파묻히면서 '파트타임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