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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100% 활용… 매출 300% 증가 (1.13)
관리자 | 2008-01-14 |    조회수 : 1299

[FTA시대 新무역전쟁 프런티어들] ①칠레'이건 라우타로'의 부활

외환위기때 불황 직격탄 본사의 골칫덩이로 전락 
문닫기 '일보직전' 회사 칠레와 FTA 맺은 나라 공략 
유럽•멕시코•미국에 진출 관세혜택 업고 수출 폭발

2008.01.13 22:53

전 세계가 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해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경제개방을 통한 자유무역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FTA 비준을 앞두고 있으며, EU와 FTA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FTA시대는 우리 기업에 심각한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본지 특별취재팀은 무역협회와 공동으로 글로벌 무역전쟁의 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644㎞ 떨어진 라우타로(Lautaro)시(市). 이곳 인근에 있는 야이마(Lla ima)산에서 벌목공사가 한창이다. 소나무, 유칼립투스 같은 높이 30~40m짜리 거목들이 전기톱과 건설 중장비 기계에 의해 수십 그루가 쓰러져 차곡차곡 쌓인다. 원목들은 산 아래 '이건(Eagon) 라우타로' 공장으로 옮겨져 합판으로 가공된다. 

공장에 도착한 지름 40㎝ 가량의 거목들은 20초마다 하나씩 사과껍질 벗겨지듯 얇게 썰려나가 건조→접착→가열 단계를 거쳐 합판이 되어 포장된다. 미국과 멕시코 등 미주지역은 물론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각지로 팔려나갈 물건들이다.

'이건 라우타로.' 1993년 설립된 이 회사는 한국 모(母)회사인 이건산업의 원재료(베니어) 칠레 생산기지였다. 이건산업(대표이사 회장 박영주)은 1972년 설립된 목재전문기업으로 합판수출을 중심으로 주택자재, 원목, 조경사업을 하고 있으며, 칠레를 비롯해 미국•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솔로몬에 진출해 있다.

생산을 늘려가던 이건 라우타로는 1997년 생사의 기로에 봉착했다. 외환위기로 국내 건설경기가 얼어붙자 한국행 수출 길도 막힌 것. 미국경기 침체까지 겹쳐 매출이 급감했다. 그동안 본사 판매에 의존하던 이건 라우타로는 판매 중단 위기에 몰렸고, 본사에선 이건 라우타로에 대해 "폐쇄 여부를 검토 중"이란 말까지 흘러 나왔다.

생사기로에 몰린 이건 라우타로의 전략은 칠레가 FTA를 맺은 상대국 시장을 노리는 것이었다. 칠레는 그 즈음 수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했다. 이건 라우타로는 한국 수출에만 의존하던 매출구조를 칠레 FTA를 이용해 미국, 멕시코, 유럽 등 신규시장으로 부챗살처럼 뻗어 나갔다. 관세혜택을 등에 업고 수출장벽을 허물어 버렸다. 

덕분에 최근 6년 사이에 매출이 300% 이상 신장하면서 완전히 살아났다. 2001년 724만 달러(약 70억원)였던 매출이 지난해 3100만 달러(약 300억원)로 급증한 것.

칠레 FTA는 관세 외에도 세관 심사과정에서도 큰 혜택을 줬다. 조병만 영업담당 책임자는 "FTA 체결국과 거래를 트면서 서류심사는 물론 수시검사 대상에서도 거의 제외돼 수출절차가 대폭 간소화됐다"고 말했다.                       

▲ 칠레 라우타로시 인근 야이마 산에서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건 라우타로’는 칠레가 맺은 FTA국가들에 진출해 합판수출의 새로운 활로를 뚫었다. /라우타로=김영진 기자

칠레가 EU와 FTA를 발효시킨 이듬해인 2004년부터는 유럽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 경기가 하락해도 걱정 없어요. 유럽을 대체시장으로 공략하고 있거든요." 정인철 법인장은 "유럽지역 수출비중이 종전 5%에서 최근 35%로 늘었고 2008년부터는 50%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타로 시(市)도 이건산업의 성공을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레나토 아우리(Hauri) 라우타로 시장은 "이건은 외국기업이면서 칠레 FTA시장을 100% 활용해 성공한 몇 안 되는 케이스"라며 "라우타로 입장에서도 고용에 큰 도움이 돼 지역민들이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본사 중심 판매구조를 탈피하면서 완전한 독립채산제로 전환한 이건 라우타로는, 과거 애물단지에서 지금은 본사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보물단지가 됐다. 본사는 이 참에 이건 라우타로에 날개를 달아줄 참이다. 이건산업 이춘만 사장은 "최근 현지 증설작업을 마쳐 월 합판 생산량을 1만㎥로 확대했는데, 50% 더 늘리는 공사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라우타로(칠레)=김영진 기자 helloj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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