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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룰라식 연금 개혁 (1.14)
관리자 | 2008-01-15 |    조회수 : 1386
[기획특집] 공무원연금 깨야 산다 <2부> 아메리카 대륙의 연금 해법
후한 연금에 과감한 수술.."연금 개혁을 마케팅하라"
"손가락을 잃어버리느니 반지 잃는 게 낫다..공무원 개혁에 공감"

[상파울루 = 이데일리 박동석기자] 서울이 교통지옥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브라질 상파울루는 출퇴근길 꽉꽉 막혀있는 서울의 마포대로도 그 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상파울루는 남미 최대의 상업도시이지만 교통은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무섭게 떠오르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중국등 신흥경제국)의 선두주자 격인 브라질 최대 도시를 무색케할 정도다. 
 
그이유가 뭘까.  
박병철 산업은행 브라질법인 행장은 “상파울루에 초고층빌딩이 들어서기 시작한 지난 60년대 중반이후 도로, 빌딩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브라질 경제는 과거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에 발목이 잡혀 롤러코스트를 타야만했다. 살인적인 물가와 외채 더미에 묻혀 있었으니 인프라에 투자할 여력이 생길 리 만무다. 

◇ 공무원의 이기주의 
 
▲ 브라질 연금은 일하는 사람들이 퇴직자들의 연금을 내는 부과식(PAYG)시스템이 중심이다

브라질 국민들은 그동안 경제가 낙후되고 인프라에 투자가 안 된 탓으로 포퓰리즘의 정치인들과 그 뒤에 숨은 공무원들의 이기주의를 꼽고 있다. 

예수상으로 유명한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 산 밑에서 코코넛을 파는 청년 마르셀로(19세)는 크고 뭉툭한 칼로 코코넛 껍질에 구멍을 내자마자 대뜸 “한국에는 부패 공무원들이 없지요?”라고 물어 기자를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타락하고 부패한 브라질 공무원들에게 자국의 어려운 경제는 남의 일이었다. 브라질은 남미 국가들 가운데 실효세율이 약 37%로 가장 높고 공무원을 위한 과도한 규제로 유명하다. 특히 일반 국민들 연금엔 족쇄를 채워놓고 자신들은 더없이 후한 연금을 타왔다. 

10년이상만 근무하면 퇴직직전 월급의 100%를 매달 사망할 때까지 받을 수 있었으며, 군인의 경우 본인이 사망하더라도 미망인이나 자녀들에게 똑 같은 액수의 연금이 지급됐다. 
 
게다가 세금도 안냈다. 
 
공무원들은 후한 연금시스템으로 노동자 평균 임금 200헤알(약 10만 7000원)50배가 넘는 1만헤알(약 535만원)을 받아챙길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일은 뒷전이고 은퇴시기만 저울질하기에 바쁜 공무원들이 태반이었다. 보다 못한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수 (Fernando Henrique Cardoso)전 대통령은 지난 1995년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로 세금을 축내는 공무원 연금에 칼을 대기 시작한다. 
 
그 뒤를 이은 룰라 다 실바 대통령도 지난 2003년 연금 대수술에 착수했다. 특히 룰라 대통령에게는 연금 개혁이 최우선 과제였다. 연금으로 인한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5%에 이를 정도로 심각해서였다. 

룰라 대통령은 연금을 탈 수 있는 나이를 연장하고 연금을 대폭 삭감하는 내용을 개혁을 단행했다. 일반 직장인들이 든 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는 조치도 취해졌다. 
 
민간 공적연금(RGPS)와 같은 수준으로 연금 납부/급여 상한제를 도입한 반면 RGPS의 납부/급여 상한을 매월 1200헤알에서 2400헤알로 두 배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알렝카 페레이라(Alencar Fereira) 상파울루 공무원연금연구소장은 “공무원연금도 앞으로는 민간연금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기준으로 규제되고 감독되어야 한다”고 형평성을 강조했다. 

◇ “손가락을 잃어버리느니 반지를 잃어버리는 게 낫다” 

브라질 연금 개혁은 크게 카르도수 대통령의 연금 개혁 시기인 1995년~2002년과 룰라 대통령 집권 시기인 2003년이후로 2개 시기로 나눠 볼 수 있다. 
 
이 두 시기 연금 개혁은 브라질이 칠레등 남미 주변국이 취했던 `민영화`를 따르지 않고 부과식(PAYG)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되 특정 그룹의 양보를 받아내며 점진적인 개혁을 단행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들어 개혁은 그동안 후한 연금을 받아왔던 공무원, 국영기업 직원, 교사, 고소득 조기 퇴직자의 소득에 적잖은 타격을 받아야했다. 

그러나 브라질의 연금 기득권은 대체적으로 연금 삭감에 수긍했다. 카를로스 엔리케 뿌로리(Carlos Enrique Flory) 상파울루 주정부 연금국장은 “솔직히 후한 연금이 지속된다면 나라 재정이 거덜나는 것을 모두 인정했다”며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손가락을 잃어버리느니 반지를 잃어버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라고 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노후 자금이 깎이는 개혁에 기득권자들이 크게 저항하지 않은 것은 개혁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하려는 정부의 마케팅 덕분이었다. 

◇ 개혁을 마케팅하라 

세계적 연금전문가인 앙드레 메디치(Andre medici)인터아메리카개발은행 수석전문위원은 “브라질이 최근에 단행한 연금 개혁은 점진적이고, 방향이 확실하며, 특화된 개혁이 갖는 장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적으로 연금 개혁에 대한 인식이 잘 퍼져 개혁이 비교적 잘 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니엘 퓨리노(Daniel Pulino) 뿌끼(Puc)대 법대 교수는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나라의 재정이 좋아지고 있다”며 개혁의 효과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가장 큰 결실은 `노후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공무원들의 나태한 의식이 `이젠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능동적 자세로 개조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연금을 뜯어고치는 일은 고령화 추세의 현대 사회에서 피할래야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개혁조치는 아프고, 인기를 얻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개혁조치가 국민들에게 잘 설명되어야 하고, 점진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이유다. 포퓰리즘의 대명사였던 브라질도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적극 마케팅하고, 의사소통함으로써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정치적, 사상적 장애물을 극복해냈다. 이것이 브라질 연금 개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취재지원 = 한국언론재단, 삼성전자 브라질 법인, 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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