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아르헨티나 국민 가운데 절반을 훨씬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저소득층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지역경제연구센터(CERX)의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2.7%가 "나는 저소득층에 속한다"고 답했다.
CERX는 "응답자 가운데 실제로 절반 정도는 빈곤층"이라면서 "지난 2003년 이래 유지되고 있는 높은 경제성장세가 아직도 서민들의 실생활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지난 1998년부터 침체가 시작돼 2001~2002년 사이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았으며, 이후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 기간 연평균 8~9%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하며 빠르게 회복세를 보였다.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5%에 달했던 실업률은 현재 9% 미만으로 낮아졌으며, 빈곤율은 2002년 57%에서 지난해 말에는 23.4%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민이 심리적으로 느끼는 위기감은 경제회복 기간에도 계속됐으며, 지난해를 고비로 경제위기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경제 수치가 아직은 아르헨티나 국민의 상실감을 회복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CERX의 설명이다.
아르헨티나 내 경제 전문가들은 2001~2002년 경제위기의 가장 큰 손실을 중산층 붕괴에서 찾고 있다.
중산층 붕괴는 교육 및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아르헨티나 국민으로 하여금 과거의 '경제적 황금시대'를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사라지게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함께 과거에는 국가가 제공하는 양질의 의료 및 교육 서비스 덕분에 생활비 지출 부담에서 다소나마 자유로울 수 있었으나 이 같은 공공서비스 체계가 무너진 이후에는 만만치 않은 액수의 개인 의료보험이나 사교육비를 대야 한다는 사실이 중산층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CERX는 "아르헨티나 국민은 대부분 현재의 경제 상황이 2001~2002년 경제위기 이전보다 나아졌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전보다 더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르헨티나 국민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 아르헨티나 국민 10명 가운데 5명이 "최근 수년간의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세운 생활설계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한 것도 오늘날 아르헨티나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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