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일본이 올해로 수교 100주년을 맞았으나 양국 간 통상.투자 규모는 지난 1980년대 브라질이 외채 위기를 겪은 이후 위축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14일 보도했다. 일본은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에 이어 대(對) 브라질 2위 규모의 통상 국가였다. 그러나 현재는 브라질 전체 수출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브라질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역시 지난해 말 현재 6억4천750만 달러에 그치면서 일본이 한 때 최대 투자국 가운데 하나였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 경제단체인 상파울루 주 산업연맹(FIESP)의 호베르투 지아네티 다 폰세카 대외관계국장은 "양국 관계는 1980년대 브라질의 외채 위기 당시에서 한치의 진전도 없이 머물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오는 16일 상파울루 주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 및 니케이(日經) 그룹이 공동주관하는 가운데 상파울루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리는 '브라질-일본 경제포럼'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일본은 과거 1970~1980년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우시미나스(Usiminas) 제철소와 알루미늄 업체인 알루노르(Alunor) 및 알브라스(Albras), 펄프.제지 합작 생산업체인 세니브라(Cenibra)를 설립하는데 기여했다.
브라질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의 광산개발업체 발레 도 리오 도세(CVRD)의 채광 사업에도 참여했으며, 브라질 내 수력발전소와 철도 건설에도 상당한 규모의 일본 자본이 투입됐다.
그러나 1980년대 브라질을 비롯해 중남미 지역을 휩쓴 외채 위기로 양국의 이 같은 경제협력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으며, 브라질의 외채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은 결정타를 가했다.
지아네티 다 폰세카 국장은 "당시 브라질에 대한 신뢰도는 완전히 추락하고 일본의 투자는 끊겨버렸다"면서 "이는 1990년대 중반 브라질이 공기업 민영화를 단행하면서 해외투자가 증가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일본 기업의 진출이 거의 성사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 2005년 일본 방문을 통해 양국 기업인 7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투자 유치 박람회를 개최했지만 이후로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브라질이 일본의 디지털 TV 방송 방식을 채택하면서 일본의 관련 기업 진출이 이루어지고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를 앞세운 정유시설 공동건설, 에탄올 수출 등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1970년대 투자 규모에는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다. 야심 차게 추진했던 브라질산 과일 수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문은 그러나 브라질의 대(對) 일본 수출 품목이 광물, 커피, 오렌지 주스 등 1차 산품 위주에서 점차 제조업 제품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사실을 들어 향후 양국 관계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인 엠브라에르(Embraer)가 일본에 항공기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지난 2006년 말 현재 브라질은 일본에 38억9천만 달러를 수출하고 38억4천만 달러를 수입했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았으나 소폭의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수출과 수입 모두 4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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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