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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 갑부 회사…비결='주파수경영' (1.29)
관리자 | 2008-01-30 |    조회수 : 1168
[이머징마켓의 어메이징 기업] <7-1>남미최대 통신사 '아메리카 모바일'

남미 최대의 통신회사 아메리카 모바일의 본사는 생각하던 것과 너무 달랐다. 멕시코시티의 가장 번화하고 화려한 신흥 도심가 산타페의 멋들어진 고층건물을 본사로 사용하고 있을 거라는 상상은 그야말로 상상에 불과했다. 아메리카 모바일은 높은 건물이라곤 하나도 없고 얇은 철판 같은 낮은 벽으로 구획이 구분된 무슨 공단 같은 지역에 자리하고 있었다. 

얇은 철제 벽으로 구분된 곳이 서너 곳인데다 회사 간판은 어디에도 없어 직장인처럼 보이는 젊은 여성에게 아메리카 모바일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정확히 어디를 찾아가느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철제 벽으로 둘러쳐진 그 서너 곳이 다 카를로스 슬림 회장의 통신회사들이었다. 이 곳은 말하자면 슬림 회장의 통신그룹촌 정도 되는 셈이다. 

아메리카 모바일은 지난해 8월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부자로 등극했다고 보도한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68)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슬림 회장은 우리나라엔 텔멕스 회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텔멕스는 그의 유선통신 회사이고 아메리카 모바일은 이동통신 지주사다. 아메리카 모바일은 미국을 포함한 아메리카 대륙과 카리브해 17개국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아메리카 모바일의 멕시코 이동통신 자회사가 텔셀이다. 그리고 이 통신회사들을 모두 묶는 슬림 회장의 통신그룹이 카르소 글로벌 텔레콤이다. 

▲멕시코시티 아메리카 모바일 본사 내 텔셀 건물
지난해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에는 슬림 회장의 아메리카 모바일과 카르소 글로벌 텔레콤 2개가 포함됐다. 아메리카 모바일은 멕시코에서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 다음으로 매출액이 많고 우리나라 최대의 통신회사인 KT보다도 규모가 더 크다. 카르소 글로벌 텔레콤은 직원은 하나도 없이 아메리카 모바일과 텔멕스, 텔셀 등의 주식만 보유한 그야말로 순수한 통신 지주사다. 

젊은 여성이 가르쳐준 여러 철제 벽 중 한 곳으로 들어가니 벽 안쪽은 공단 같은 바깥 쪽과 영 분위기가 달랐다. 우선 '텔셀(Telcel)'이라는 작은 간판이 달린 단층짜리 건물이 길게 쭉 뻗어 있고 그 옆으로 작은 나무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단층짜리 긴 건물 한 쪽으로 2층짜리, 3층짜리 낮은 건물들이 또 다시 나타났다. 넓은 부지에 오밀조밀하게 낮은 건물들이 모여 있어 최첨단 통신회사답지 않았다. 시골 학교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랄까. 

그 중 경비원이 가르쳐준 한 건물로 올라가 아메리카 모바일에서 기업 커뮤니케이션과 PR을 담당하는 패트리시아 라미레스 발디비아 부장을 만났다. 세계 최대의 부자가 소유한 통신회사를 한국 언론이 직접 취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발디비아 부장은 "아메리카 모바일은 텔멕스의 한 사업부였다가 2000년에 남미를 포함한 아메리카 대륙 전체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분사했다"며 "슬림 회장은 당시 10억달러의 현금으로 해외 시장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모바일은 해외 진출 8년만에 아메리카 대륙 17개국에 1억명의 가입자를 확보, 남미 최대의 이동통신 회사로 자리잡았다. 아메리카 모바일의 자회사인 텔셀이 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는 멕시코의 가입자는 1700만명이다. 

현재 아메리카 모바일은 멕시코와 콜롬비아에서 1위인 것을 비롯해 남미 최대의 통신시장인 브라질에서는 2위와 시장점유율이 1%포인트 밖에 차이나지 않는 3위이다. 나머지 남미 국가에서도 모두 3위안에 드는 이동통신회사다. 또 2004년과 2005년에는 미국의 경제잡지 '비즈니스 위크'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IT기업, 2006년에는 세계 2위의 IT기업에 올랐다. 

▲아메리카 모바일 PR 부서가 있는 건물
발디비아 부장은 아메리카 모바일이 이처럼 단기간에 해외 진출에 성공한 비결에 대해 "멕시코 시장에서 성공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었고 남미 국가들은 서로 문화가 비슷해 진출하기 쉬운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2000년은 IT 버블이 붕괴된 직후로 미국의 통신회사들이 자금난에 몰려 자산을 매각하던 때였다. 그녀는 "그 때 우리는 투자를 원했고 또 투자할 자금도 있었다"며 "우리는 우리 앞에 다가온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모바일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선불 휴대폰 개발이다. 흔히 사람들은 슬림 회장의 성공 비결을 멕시코 통신시장에 대한 독점력에서 찾는다. 하지만 이건 크나큰 오해다. 슬림 회장이 1990년에 국영 통신사회인 텔멕스를 인수, 성공의 발판을 다진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의 커다란 부는 그의 성공적인 투자 및 사업 전략이 바탕이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불 휴대폰이다. 

슬림 회장이 텔멕스를 인수한 직후인 1990년대 초반까지 텔멕스의 이동통신 서비스인 텔셀은 별 존재감이 없었다. 시장의 대부분은 루사셀이란 회사가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5년에 멕시코가 경제 위기를 맞으면서 상황이 변했다. 루사셀은 신용이 확실한 상류층 고객에 집중한 반면 텔셀은 선불 휴대폰을 개발, 중하류층을 적극 공략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자 멕시코 이동통신 시장의 70%를 텔셀이 점유하게 됐다. 

발디비아 부장은 "휴대폰은 먼저 서비스를 이용한 뒤에 결제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신용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남미에는 현금은 있는데 신용이 없어 휴대폰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에 착안해 먼저 돈을 내고 낸 돈 만큼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불 휴대폰을 개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메리카 모바일의 이동통신 브랜드는 각 나라마다 다르다. 브라질과 칠레, 페루,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리코 등 9개국에서는 '클라로(Claro)'란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콜롬비아에서는 콤셀(Comcel), 에콰도르에서는 포르타(Porta),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파라과이에서는 CTI 브랜드로 서비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체 주파수를 보유하지 않고 다른 이동통신망 사업자의 주파수를 빌려 독자적인 선불 휴대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른바 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다. 발디비아 부장은 "미국에서는 트랙폰(TracFone)이란 브랜드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선불 휴대폰으로는 미국 1위"라고 말했다. 

▲아메리카 모바일 건물에선 회사 간판을 찾기 어렵다
슬림 회장이 민영화된 국영 통신회사 하나를 남미 최대의 통신회사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발디비아 부장은 "다른 회사의 성공 비결과 다르지 않다"며 "계속 투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우리는 금융시장에서 조달한 자금과 자회사의 매출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을 늘 투자한다"며 "아메리카 모바일의 경우 지난 3~4년간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매년 30억달러 이상씩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슬림 회장의 또 다른 특징으로 "철저한 지출 관리"를 꼽았다. 이 사실은 아메리카 모바일의 본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최첨단, 최고급, 일류란 느낌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건물, 소박한 사무실 풍경이었다. 요란한 회사 간판이나 멋드러진 로고 하나 찾기 어려웠다. 

슬림 회장을 둘러싼 가장 큰 비판 중 하나인 통신시장 독점 논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발디비아 부장은 "멕시코 시장에는 텔셀을 비롯해 5개의 이동통신 회사가 있다"며 "가장 넓은 서비스 범위, 가장 좋은 통화 품질, 가장 뛰어난 서비스를 얻기 위해 소비자들이 텔셀을 선택하는 것일 뿐 멕시코의 이동통신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고 답했다. 

아무리 깨끗한 물도 고여 있으면 썩는다. 정부의 보호를 받는 전세계 수많은 독점 국영기업들이 세계 일류가 되지 못하고 방만 경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슬림 회장을 세계 최대의 부자로 만든 일등공신 아메리카 모바일의 성공 뒤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과감한 투자와 이에 동반되는 지출 관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머니투데이 멕시코시티(멕시코) 권성희, 임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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