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볼리비아 "태평양 출구" 문제로 티격태격
2014/04/21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놓고 공방…칠레 외교 "양국관계 훼손 우려"
남미 내륙국 볼리비아의 태평양 출구 확보 문제를 놓고 칠레와 볼리비아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볼리비아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ICJ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최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J를 직접 방문, 태평양 출구 확보를 위한 볼리비아의 의지를 담은 문건을 전달하고 지지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에랄도 무뇨스 칠레 외교장관은 20일(현지시간) 칠레 일간지 라 테르세라(La Tercera)와 회견에서 볼리비아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무뇨스 장관은 "모랄레스 대통령 정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생산적인 길을 택했다"면서 ICJ 제소를 중단하지 않으면 양국 관계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뇨스 장관은 "태평양에 진출하려는 볼리비아의 노력은 이해하지만, ICJ 제소에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는 말도 했다.
태평양 진출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19세기부터 계속되고 있다.
볼리비아는 페루와 연합군을 이뤄 1879∼1883년 칠레와 전쟁을 벌였으나 패배했다. 페루는 풍부한 어획량을 가진 태평양 해역을 칠레에 넘겼고, 볼리비아는 12만㎢의 영토와 400㎞의 태평양 연안을 상실했다.
볼리비아는 내륙국이 되고 나서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안데스 지역의 티티카카 호수에서 해군 함정을 운용하는 등 태평양 진출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페루는 2008년에 칠레를 ICJ에 제소했고, ICJ는 지난 1월 말 사실상 페루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에 따라 칠레는 1950년대 초반부터 관할해온 태평양 해역 3만8천㎢ 가운데 2만1천㎢를 페루에 넘겨주게 됐다.
칠레와 볼리비아의 외교관계는 1962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볼리비아는 지난해 4월부터 칠레를 ICJ에 제소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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