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상 타결 기회"..재계 "오히려 방해"
미국 경기침체 및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미칠 영향을 놓고 브라질 정부와 재계가 상반된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29일 현지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 등의 보도에 따르면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교부 장관은 전날 "DDA 협상과 관련한 브라질 정부의 입장은 상호평등 원칙이 지켜지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유연한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라면서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 상황이 DDA 협상 타결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모링 장관은 앞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을 전후해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는 DDA 협상 타결로 풀어야 한다"면서 "WTO 회원국들이 부활절(3월23일) 이전까지 농업 및 비농산물시장접근(NAMA), 서비스 등 부문에 관한 기본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도 지난 24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DDA 협상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공산품 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 '일정한 선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룰라 대통령 특히 미국 정부가 농업보조금 지급액을 연간 130억 달러 수준까지 삭감하겠다는 의지만 나타내면 공산품 시장 개방 문제에 유연성을 발휘하겠다는 입장이다.
룰라 대통령이나 아모링 장관의 주장은 미국 대선과 미국 경제의 위기, 일본의 성장세 둔화 전망 등이 DDA 협상을 종결짓기 위한 노력에 가속도를 붙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브라질 재계는 이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브라질 재계는 "경기후퇴 전망에 따라 농산물 수요가 감소할 경우 선진국들이 농산품 시장 개방 및 농업보조금 삭감에 대한 필요성을 낮게 평가할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조성되면 DDA 협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경기침체 전망에 따른 세계경제 성장세의 위축이 DDA 협상 타결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