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소요사태 넉달째…해결 기미 "요원"
2014/05/15
시위대 잇단 강제 연행…정부·야권 대화 "삐걱"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가 좀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생활필수품 부족과 치안 불안 등의 실정에 항의해 지난 2월12일 대학생을 중심으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사태는 이제 4개월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야권은 남미 국가들의 중재로 정부와 대화를 시작했으나 감금된 정치 인사들을 석방하고 무력 진압을 자제해달라는 요구를 무시하는 정부 측의 태도를 비난하는 등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수도 카라카스에서 체포된 시위자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방위군이 진압에 나서 100명의 대학생 등을 연행했다.
4명의 사진기자가 폭행을 당하고 10여명의 미성년자도 연행됐다고 현지 일간 엘 우니베르살이 15일 보도했다.
치안군들은 학생들에게 쇠고랑을 채운 채 오토바이와 차량에 실어 끌고 갔다고 신문은 전했다.
치안군은 지난주 카라카스의 유엔 사무실 앞 도로를 한 달 넘게 점거하고 있던 시위대 캠프를 급습해 이를 철거하고 200여 명을 연행했다.
당국은 이들 대부분을 석방됐으나 10여 명은 불법 무기 소지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야권은 지난달 10일 대통령궁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양측은 세 번째 만남에서 41명이 희생된 시위사태 과정의 공권력 남용을 조사하는 진실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하는 등 결실을 보는듯했다.
그러나 치안군이 시위대 캠프를 기습 철거하고 시위자들을 집단 연행하자 야권은 대화가 결렬될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권측은 "대화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정부 측의 잘못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야권 내부에서도 미국 등의 제재가 촉진되기를 바라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하는 등 혼선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들은 인권 유린의 책임이 있는 당국자들에게 여행 금지와 재산 몰수 등의 조처를 하고 정부에 경제적인 제재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비해 온건파들은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살인적인 인플레율과 생필품난 속에서 경제적인 제재가 가해지면 여파가 클 것으로 우려한다.
일부 온건파 인사는 미국이 쿠바 금수조치를 취한 직후와 유사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와 야권은 이날 로마 교황청의 인사와 브라질, 콜롬비아 등 일부 남미 국가의 외교장관 등이 중재자로 참석한 가운데 네 번째 대화를 개최할 예정이지만 성사가 불투명하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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