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산토스 대통령 연임 성공
2014/06/16
결선투표서 전 재무장관에 "역전"…반군과 평화협상에 "탄력"
15일(현지시간) 콜롬비아에서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후안 마누엘 산토스(62) 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했다.
재선에 도전한 산토스는 개표가 99.5% 이상 진행된 가운데 50.91%를 득표해 45.04%를 얻은 오스카르 이반 술루아가(55) 전 재무장관을 누르고 당선됐다고 엘 티엠포 등 현지 언론이 선거당국의 잠정집계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도우파인 국가연합사회당을 중심으로 한 여당연합을 대표한 산토스는 지난 5월 치러진 1차투표에서 25.7%를 득표, 29.3%를 얻은 우파 민주중도당의 술루아가에 뒤졌으나 결선에서 이를 뒤집었다.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그는 2010년 대통령에 당선돼 집권 중반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의 평화협상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재집권하게 됨으로써 50여 년에 걸쳐 중남미에서 가장 오래가는 콜롬비아 내전을 종식하기 위한 정책이 탄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기간 산토스는 FARC와의 평화협상을 주도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마무리해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2012년 11월부터 쿠바 아바나에서 FARC와 평화협상을 벌이는 산토스 정부는 토지 개혁, FARC의 정치 참여, 마약 밀매 퇴치 등의 안건에 합의하고 희생자 보상, 무장 해제 등의 안건을 남겨두고 있다.
이에 비해 술루아가 후보는 "정부가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지적, FARC의 완전한 무장 해제와 책임자 처벌 등의 조건을 내세우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대화를 통해 평화협상을 지속하려는 산토스의 "온건론"과 술루아가의 "강경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득표율이 보여주듯 두 후보의 대결은 1차투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호각지세를 나타냈다.
산토스는 결선투표 열흘 전까지만 해도 갤럽의 한 여론조사에서 47.7%의 지지를 얻어 48.5%를 얻은 술루아가에 뒤졌었다.
대반군 강경정책을 펼쳤던 우리베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술루아가는 1차투표에서 이겼으나 부동층의 민심을 자신의 편으로 대거 흡수하는 데 실패했다.
산토스는 1차투표에서 15.2%를 득표해 4위를 한 중도좌파 민주대안당의 클라라 로페스 후보의 지원을 받았다.
집권기간 반군과의 평화협정을 도출하지 못한 산토스는 2기 정부에서 이를 마무리해야 할 숙제를 안았다.
그러나 반군에 대한 "양보 불가론"과 "조건"을 앞세운 술루아가의 손을 들어준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들의 민심도 안고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콜롬비아 국민의 축구 열기 속에서 치러져 투표율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1차투표의 투표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40%대에 그쳤으나 결선투표는 이보다 높은 47%대로 잠정집계됐다.
결선투표 하루 전인 14일 콜롬비아대표팀이 그리스와의 첫경기를 3-1의 승리로 장식한 것이 투표율을 높이는데 다소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1차투표에서 기권한 유권자들 중에는 산토스의 지지층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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