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서 봉제업으로 600억 매출 올리는 한상
2014/06/17
임병렬 SCA 회장 "현지인과의 화합이 성공의 열쇠"
멕시코와 인접한 남미 과테말라에서 봉제업으로 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한상(韓商)이 있다.
주인공은 임병렬(58) SCA(Carribean Sourcung Apparel) 회장. 그는 25년 전 과테말라에 의류공장 관리자로 건너왔다가 2년 뒤 창업했다. 23년이 지난 지금 수도 과테말라시에서 1천 명의 직원을 두고 매년 2천만 벌의 의류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중견기업을 일궜다.
과테말라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으로 서울서 열린 제16기 해외지역회의에 참석한 임 회장은 17일 출국을 앞두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과테말라에서 비즈니스로 성공하려면 현지인과의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며 경영 노하우를 밝혔다.
"과테말라 직원은 손재주가 뛰어나지만 자율성이 부족합니다. 300년간 스페인의 통치를 받았던 경험 때문인지 수동적이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성향도 강하죠. 무조건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한국식으로 직원 관리를 하면 100% 실패합니다."
임 회장은 직원 가운데 해외 영업과 관리직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 제조 공정별 책임자를 현지인으로 발탁한 것은 책임감도 기르고 노력하면 관리자로 승진할 수 있다는 근로 의욕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그는 "직원이 업무상 실수를 저질러도 절대로 여러 사람 앞에서 야단치지 않는다"며 "지적할 것이 있어도 자존심이 상하지 않게 별도로 자리를 마련한다"고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월급을 주고 고용했지만 직원을 섬긴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하면 그들도 회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게 그의 경영 철학. 그는 석 달에 한 번씩 직원 자녀 50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각종 성과급 제도를 만들어 우수 사원에게는 금전적인 혜택도 주고 있다.
또 직원에게 나눔의 기쁨을 알게 하려고 매달 함께 주변의 보육원 위문 봉사를 펼치고 있다. 이직률이 높은 봉제업계에서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많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임 회장은 자랑스러워했다.
임 회장은 "과테말라에서 한인은 사업으로 돈만 벌고는 미국 등 선진국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아 주류사회가 불신한다"며 "번 돈을 번 곳에서 쓰는 것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한인 사회에 충고했다.
그가 특별히 봉사에 신경을 쓰는 대상은 한인 남성과 과테말라 현지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혼혈아들. 4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혼혈아 가운데 150명 정도가 양쪽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부랑아로 떠돌고 있다.
이들의 딱한 처지를 도우려고 한인 이정숙 목사가 보육원 "사랑의 집"을 만들자 2년 전 건물을 지어 기증했고 매달 학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버려지는 아이들은 대부분 정식 결혼을 한 가정이 아니라 동거 가정의 자녀"라면서 "이들을 내버려둘 경우 사회 문제가 돼 한국 이미지를 실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북 예천 출신으로 한양대 영문학과를 나온 그는 유한양행에 입사한 지 3년 만인 1989년에 과테말라로 이주했다. 친척이 과테말라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한인 관리자가 필요하다고 도와 달라는 말에 두말하지 않고 짐을 싼 것.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이름도 낯선 곳으로 간다며 만류가 심했지만 평생 직장인으로 지내고 싶지 않았다"며 "내 사업을 해보겠다는 결심에 망설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1995년부터 한인회에 몸담아 온 그는 2011년 한인회장에 당선돼 콰테말라 한인청소년예술제를 중미 6개국으로 확대했고 올해부터는 현지인에게도 개방하는 등 매년 행사를 후원해오고 있다.
임 회장은 과테말라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 등에 "우선 한인회 등에 자문해 현지 사정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면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 현지인이 하는 사업에 진출하면 테러 위협도 받을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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