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아베, "돈 보따리" 앞세워 중남미서 외교전(7.24)
관리자 | 2014-07-24 | 조회수 : 989
시진핑―아베, "돈 보따리" 앞세워 중남미서 외교전
2014/07/24
역사·영토갈등 양국, "자원외교" "자기편 만들기" 시도
영토와 과거사 문제 등으로 대치 중인 중국과 일본 정상의 "외교전" 무대가 이번엔 중남미로 이동했다.
"선수"를 친 쪽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쿠바 등 중남미 순방에 나선 시 주석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33개국 참여) 정상들을 만나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대규모 금융지원 계획을 밝혔다.
이어 시주석은 18일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를 겪는 아르헨티나에서 75억 달러(7조 5천584억 원), 20일 베네수엘라에서 40억 달러(4조 880억 원) 규모의 차관을 각각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돈 보따리"를 풀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가운데, 베네수엘라로부터 도입하는 원유 수입 규모를 하루 52만 배럴 수준에서 100만 배럴로 늘리기로 함으로써 에너지 안보를 다졌다.
이에 뒤질세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멕시코, 트리니다드토바고, 콜롬비아,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 5개국을 순방한다.
시 주석이 CELAC 정상들을 만난 것처럼 아베 총리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카리브해 14개국이 참가하는 카리브공동체(카리콤·Caricom)와 정상회담을 한다.
순방을 앞둔 상황에서 구체적인 액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아베 총리도 지원을 염두에 두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 정부는 카리브공동체 14개국 중 경제력 수준상 공적개발원조(ODA) 대상국을 "졸업"한 이른바 "중간소득" 국가에 대해서도 일본 안보에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재차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결정한 상태라고 요미우리 신문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또 칠레에서는 광산개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며, 브라질에서는 심해 유전 개발과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등의 협력을 제안할 계획이다. 표면상 양국 정상은 자금력을 앞세워 각자 중남미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자국 자원외교 차원의 실리를 모색하는 모양새지만 중일 사이의 "중립코너"에 있는 방문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외교 열전"이 수면 아래를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의 해양진출 확대에 미일동맹 강화로 맞선다는 논리로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결정한 아베 총리는 방문국에서 "법의 지배", "현상변경 반대" 등을 거론하며 "중국 위협론"과 집단 자위권의 당위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의 반대를 뚫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진출한다는 "비원"에 다가서기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안에 대한 지지를 모은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약간의 시차를 둔 채 같은 대륙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두 정상의 외교전은 지난 3∼5월 유럽에서도 펼쳐졌다.
시 주석이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11일간 유럽 4개국(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벨기에)을 순방했고, 아베 총리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유럽 6개국(독일,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을 찾았다.
유럽에서 시 주석은 작심한 듯 일본의 전쟁범죄를 비판했고, 아베 총리는 중국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