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외국서 사오는 생활용품 절반으로 줄여라"
2014/09/01
자국인 해외 반입품 수량 제한…국영 상권 보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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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정부가 내국인 여행객 또는 쿠바계 미국 시민권자 등이 외국에서 들여오는 물품 수량을 제한했다.
쿠바는 의류, 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등을 포함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절반 이상 줄이는 정책을 1일(현지시간)부터 시행한다고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가 보도했다.
반입 수량이 제한되는 제품도 일일이 열거했는데, 옷과 전자제품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제품들은 미국산이 대부분이고 일부는 유럽산이다.
여성 속옷 중 브래지어는 한 번 입국할 때 최대 48개까지 사올 수 있었지만, 이번 정책 변경으로 24개로 줄어든다.
바지, 양말 등의 의류도 사정은 비슷하다. 세제는 최대 기존 44㎏에서 10㎏로 크게 줄었다.
그렇지만, 자동차 타이어 4개, 평면TV 2대는 한 번에 들여올 수 있는 수량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쿠바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국영 상점에 수입품 재고가 쌓이는 등 상권이 위축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외국의 분석가들은 풀이한다.
높은 판매세가 붙어 있는 국영 상점의 수입품은 비싸서 서민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데다가 품질도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사기를 꺼린다.
국영 상점에 진열된 제품들보다 제법 모양도 좋고 저렴한 옷 등을 입고 다니는 쿠바인들은 외국에 가서 직접 사오거나 현지 자영업자들이 되파는 것을 사거나 또는 친인척들이 부쳐주는 것을 입는 세 가지 유형에 해당한다.
월급이 20달러 수준인 쿠바의 근로자가 나이키 운동화를 신는 것 등이 그러한 사례다.
마이애미의 대형할인점에서만 팔리는 '탱크톱'(어깨끈이 없는 여성상의)이 수도 아바나 시가지 행인들의 옷차림에서 발견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쿠바인들은 2009년 정부가 외국 여행을 자유화하자 주로 미국의 플로리다 마이애미 등지로 비행기를 타고 가 값싸고 좋은 제품을 사오기 시작했다.
또 '미국에 1명쯤은 있는' 친인척들이 국제 소포로 옷이나 신발, 전자제품 등도 보내주고 있다.
연간 쿠바인들이 외국서 들여오는 수입품의 가치는 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외국에 사는 친인척들이 보내오는 송금을 합하면 50억 달러로 이는 나라 재정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정부가 이번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국영 상점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에서 수입한 의류를 재판매하는 행위를 올해 금지했으나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국서 사들여온 제품으로 무허가 영업을 해 차익을 남긴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정인 한 명이 한 해 동안 컴퓨터 40여 대 TV 60여 대를 사들여 온 사례를 적발했다.
이러한 짐꾼 역할을 대행하는 서비스업도 생겨나고 있다고 정부는 지적했다.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경제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미장원, 식당 등 여러 분야의 자영업을 허용했으나 슈퍼마켓이나 할인점 등의 소매업종은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국영 상점을 통하지 않더라도 외국의 친인척 덕분에 마음에 드는 옷이나 신발을 구할 수 있었던 일반인들은 정부의 이번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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