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억만장자 '카를로스 슬림' 화제
총재산 59조원으로 MS 빌게이츠 눌러
문어발 확장…멕시코 GDP 6.6% 달해
이코노미플러스는 최신호(2월)에서 개도국 신흥부자로, 세계 최대 갑부로 떠오른 카를로스 슬림 헬루(Carlos Slim Helu) 텔맥스 텔레콤(Telmex Telecom) 회장에 대해 소개했다.
세계 최고 부자로 알려졌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을 누른 그의 총 재산은 무려 590억 달러(약 55조7000억원)에 이른다. 중요한 것은 지금도 그의 재산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매월 평균 1조원씩 벌었다.
슬림 회장이 이러한 자리까지 오르게 된 기반은 멕시코의 전화 회사 ‘텔멕스’다. 텔멕스는 멕시코 유선전화망의 92%를 장악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 경제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문어발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담배회사와 항공사는 물론이고, 전깃줄이나 바닥 장식용 타일까지 손대고 있을 정도다.
슬림 회장의 전 재산을 다 합치면 멕시코 국내 총생산(GDP)의 6.6%에 이른다. 빌게이츠 재산은 미국 GDP의 0.4%에 불과했고, 1937년 존 록펠러도 전성기 때 2%를 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의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은둔’을 좋아한 그는 그 동안 다름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과소평가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미국 방문길에서는 빌린 수수한 포드 세단을 타기도 했고, 지난 30년간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소박한 집에서 살아온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그는 “외국에 집 한 채 마련해 둔 것이 없다”고 늘 자랑할 정도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다소 상반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포브스’지의 부자 리스트 1위에 오른 이상 대중의 관심을 피할 수 없었던 까닭인지 알 수 없지만, 언론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야구 기록표를 내밀어 관심을 받았다. 마치 할리우드 스타들이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자랑하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그러나 슬림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서는 논란도 많았다. 특히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 경쟁자의 목을 조르며 독점을 유지해 왔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 여부를 떠나 분명한 사실은 현재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멕시코 경제를 뒤흔들 규모의 부가 그의 손아귀에 들려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슬림과 같은 신흥 억만장자는 사업가로서 역량보다는 정치인으로서 능력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멕시코의 억만장자 중 절반 이상이 1980~1990년대 민영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상당한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제 자유화 과정에서 혼란스러웠던 러시아 억만장자들이 ‘포브스 톱 20’ 신흥 부자 명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우연히 아닌 것으로 보인다.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