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사면법 취소 가능성…브라질에 영향 줄듯(9.20)
관리자 | 2014-09-22 | 조회수 : 956
칠레, 사면법 취소 가능성…브라질에 영향 줄듯
2014/09/20
12월 진실위원회 보고서 제출 계기로 사면법 취소 요구 거세질 듯
칠레가 군사독재정권의 인권범죄자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사면법을 취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접국 브라질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9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가 운영하는 뉴스포털 UOL에 따르면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최근 사면법 취소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주도의 군사 쿠데타 발생 41주년이었던 지난 11일에도 사면법 취소를 거론했다.
칠레의 사면법은 1978년에 피노체트가 만들었다. 1973∼1978년에 저질러진 인권범죄 행위를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1990년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2003년에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이 '정치적 구금과 고문에 관한 국가위원회'를 설치하면서 군사정권 인권범죄에 관한 조사가 시작됐다.
바첼레트 대통령이 사면법 취소를 시사한 것은 인권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을 가속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됐다.
칠레에서 나타나는 이런 움직임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 대통령이 '과거사 정리와 청산'을 내세워 2012년 5월 국가진실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칠레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진실위는 그동안의 조사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오는 12월 호세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진실위 위원들은 지난 4월 칠레를 방문해 라고스 전 대통령을 만났다. 보고서 제출을 전후해 사면법 취소 요구가 거세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군부는 진실위의 보고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면법 취소 시도가 정국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남미 국가들은 비슷한 시기에 군사독재를 경험했다.
칠레에서는 피노체트가 1973년 9월11일 쿠데타를 일으켜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1970∼1973년)을 무너뜨렸다. 대통령궁에서 쿠데타군에 저항하던 아옌데 전 대통령은 마지막 라디오 연설을 하고 나서 총으로 자살했다. 당시 남미에서 '좌파 도미노'를 우려한 미국이 피노체트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피노체트 군사정권은 1990년까지 17년간 계속됐다. 이 기간 불법체포·감금·고문 피해자는 3만8천여 명, 실종·사망자는 3천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 피노체트에 대해 인권탄압과 부정축재 등 혐의로 고소·고발이 잇따랐다. 그러나 2006년 12월10일 그가 91세를 일기로 사망하기까지 실제로 처벌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브라질에서는 1964년 3월31일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다. 좌파 성향의 주앙 고울라르 당시 대통령이 실각하고, 1985년까지 21년간 군사독재정권이 계속됐다.
군사정권 기간 수천 명의 민주 인사들이 사망·실종되거나 외국으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프 대통령도 반정부 무장투쟁조직에서 활동하다 1970년에 체포돼 상파울루 교도소에서 3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군사정권은 1979년 사면법을 제정해 1961∼1979년에 벌어진 정치적 사건에 대한 처벌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군사정권의 인권범죄자들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년 3월24일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가 주도한 군사 쿠데타로 이사벨 페론 대통령 정부(1974∼1976년)가 무너졌다. 군사정권은 마지막 집권자인 레이날도 비뇨네가 1983년 12월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1983∼1989년 집권)에게 정권을 이양하면서 막을 내렸다.
알폰신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면서 군사정권 인권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는 듯했으나 군부의 반발을 우려한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1989∼1999년 집권)이 1989년 사면법을 제정하면서 처벌이 중단됐다.
그러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이 2005년 사면법을 전격 취소하고 나서 2006년부터 인권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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