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채무 우회상환 법정모독"…아르헨 "마이웨이"
 
 
2014/09/30
 
아르헨티나의 국가채무 문제를 둘러싼 미국 법원과 아르헨티나 정부 간 감정싸움의 골이 계속 깊어지고 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맨해튼 지방법원의 토머스 그리사 판사는 29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판결을 회피하기 위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채무 우회상환 법안이 법정모독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토머스 판사는 아르헨티나가 NML캐피털 등 미국 헤지펀드 2개사에 13억 달러 전액을 갚지 않고서는 채무조정이 이뤄진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 변제가 불가하다는 자신의 판결을 불법적으로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채무의 우회상환 계획이 불법이라면서도 법정모독 혐의의 적용은 유보한 지난달의 판결에서 한발짝 더 나간 것이다. 
 
당시 그리사 판사는 법정 모독죄를 적용하는 것은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그리사 판사는 이날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면서도 벌금 부과 여부는 추후에 결정하겠다며 또다른 타협의 여지는 남겨뒀다. 벌금이 결정될 경우 액수는 하루 최대 5만달러까지 가능하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2001년 약 1천억 달러의 부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채권단 대부분과 70%의 채무를 탕감키로 하는 내용의 채무조정에 합의했지만, NML캐피털 등 2개사는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 13억 달러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후 그리사 판사의 "선(先) 헤지펀드 채무변제" 판결까지 나오면서 아르헨티나는 시한인 지난 6월 말까지 채권단에 총 5억3천900만 달러(5천584억원)의 이자를 갚지 못해 또다시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달 19일 그리사의 판결이 적용되는 미국 은행 대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을 통해 합의조정된 채무의 이자가 지급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채무 상환을 금지해 자국을 기술적 디폴트에 빠지게 한 미국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이를 우회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그러자 헤지펀드들이 아르헨티나 정부에 법정모독 협의까지 적용해 달라는 의견을 냈는데 재판부가 이를 한차례 보류한 끝에 결국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미국 법원의 이번 판결도 철저하게 무시할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대립관계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이 판결과 상관없이 30일 자국 은행에 채무 변제를 위한 이자 대금을 예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성명에서 "그리사 판사의 이번 판결은 국제법과 유엔헌장, 미주기구(OAS) 헌장 위반"이라고 성토했다. 
 
앞서 워싱턴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는 29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만약 미국 법원이 법정모독으로 판단할 경우 이는 아르헨에 대한 미국의 불법적 내정간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정규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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