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중앙은행 총재 사임으로 강경파 입지 강화
2014/10/03
"온건 시장주의자 실종"…키실로프 경제장관에 힘 실릴 듯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의 사임으로 정부 내 경제라인에서 온건 시장주의자가 사실상 사라지고, 강경파가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는 2일(현지시간) 후안 카를로스 파브레가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의 사임 소식을 전하면서 아르헨티나 정부 경제팀에서 악셀 키실로프 경제장관을 앞세운 강경파의 입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브레가 총재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TV 연설에서 국내 기업과 미국 기업들이 페소화 평가절하와 현 중도좌파 정부의 전복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한 지 하루 만인 전날 사임 의사를 밝혔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중앙은행이 달러화의 국외 유출 증가와 페소화 가치 추락 등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달러화가 계속 국외로 빠져나가면서 2011년 526억 달러였던 외화보유액은 현재 280억 달러를 밑돌고,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9페소에 육박하고 있다. 암시장에서는 달러당 15페소 수준에서 거래된다.
파브레가 총재는 키실로프 장관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키실로프가 이끄는 경제부가 인플레이션 상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페르난데스 대통령에게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발표한 올해 인플레이션율 전망치는 18%지만, 시장은 4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중앙은행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르헨티나 언론과 컨설팅 회사들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파브레가 총재의 사임 가능성을 점쳤다.
지난해 11월부터 중앙은행 총재를 맡아온 파브레가는 경제팀 가운데 시장과 야권으로부터 가장 우호적인 평가를 받는 인사로 꼽혀왔다.
파브레가 총재의 사임 발표가 나오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의 메르발 지수는 전날 8.2% 하락했다.
파브레가의 후임으로는 알레한드로 바놀리 아르헨티나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임명됐다.
한편 중앙은행 총재 교체로 키실로프 장관에게는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올해 43세인 키실로프는 대학에서 카를 마르크스 이론을 가르친 교수 출신으로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 확대를 주장해 왔다.
2011년부터 경제부 차관으로 일했고 지난해 11월 장관에 기용됐다. 2012년 스페인 다국적 석유기업 렙솔(Repsol)의 자회사인 YPF를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키실로프는 미국 헤지펀드와 채무조정 협상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국민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협정에 서명하지 않겠다"며 강력하게 대응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신임이 갈수록 두터워지면서 키실로프는 집권당 대선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106.244.231.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