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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국회에서 한미FTA를 비준해선 안 되는 이유 (2.11)
관리자 | 2008-02-13 |    조회수 : 1172
[시론] 내년 美 새 정부 출범때까지 기다려야

보수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2월 국회에서 한미FTA를 비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 근거로 제시하는 내용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 무근이거나 어떤 경우에는 정반대의 결론으로 연결되는 것들이다.
  
한 예로 며칠 전 D일보는 칠레에서 한국산 청소기가 중국 제품에 밀리고 있는 데 그 이유가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먼저 체결한 한국이 비준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기자의 주장을 싣고 있다. 그러나 그 기자가 전하는 사실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해주지 않는다. 먼저 체결된 한-칠레FTA는 좀 시간을 끌기는 했지만 비준된 날짜가 중국-칠레FTA의 비준날짜보다 앞섰다.
  
그 기사는 계속해서 한국의 청소기가 중국청소기에게 밀리는 이유는 한-칠레 FTA에서는 칠레가 한국산 청소기에 3%의 관세를 물리도록 되어 있는데 비해 나중에 체결된 중국-칠레 FTA에서는 중국산청소기에 관세를 물리지 않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 정리하자면 한국이 칠레와 FTA를 먼저 체결했고, 먼저 발효시켰지만 나중에 FTA를 체결한 중국보다 나쁜 조건으로 FTA를 체결했기 때문에 칠레시장에서 밀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여기서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FTA를 먼저 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조건으로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몇 년 먼저 한다고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몇 년이 늦더라도 좋은 조건으로 체결하는 것이 시장 점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이야기다. 다만 한국 정부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만 빼면.
  
한미FTA가 한국에 아주 불리한 조건으로 체결되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정부는 제대로 된 FTA를 체결하자는 사람들조차 쇄국론자로 몰아부치고, 자신들이 체결한 최하품 FTA를 통과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보수신문들이 가담하고 있는 것이고.
  
몇 가지 예만 보자. 한-EU FTA에서는 개성공단 생산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되는 것으로 합의가 되고 있는데 한미FTA에서는 배제되었다. 국내 산업의 요구였던 미국내 연안 수송 산업에 대한 한국기업의 대등한 진출이나, 한국 금융기관의 미국 진출 등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등하다고 하기에는 매우 부족하고, 자유무역, FTA이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내어주는 FTA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판단이다.
  
미국 차기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대부분의 정치 관측자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지금 예선에서 압도적으로 선두를 다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 두 사람 모두 지금 체결된 한미FT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보수 언론들도 인정하듯이 미국 대선 이전에 미 의회가 한미FTA를 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나? 새 정부 아래서 미국은 한미FTA를 폐기 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빌 클린턴이 취임하자마자 앞의 부시 행정부에서 체결된 NAFTA의 재협상을 요구했던 전례가 있다.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하고 들어올 때 이에 맞서서 한국도 새로운 요구사항을 덧붙일 수 있을까? 그것은 그 전에 한국 국회가 비준을 했느냐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한국 국회가 비준을 해버리면 미국의 새 정부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들어올 때에 우리도 이에 맞서 추가 요구사항을 제시할 수가 없다. 협상의 기본이다. 이미 오케이를 한 사람이 새 조건을 요구하면 말을 바꾸는 것이 되는 것이고, 아직 동의하지 않았던 사람이 추가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협상자의 권리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보수언론들이 주장과 그들이 전하는 사실은 다르다. 현실은 한국 국회의 비준 여부가 미국 국회의 비준 여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의 비준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미국 국내 정치 일정 때문이므로. 미국 의회는 상정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은 비준까지 마쳐버리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다. 차라리 기다렸다가 새로 구성되는 미국 정부와 새로 협상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FTA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면 지금의 불리한 FTA를 빨리 실행하는 것 보다 더 큰 미국 시장 점유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권태욱/프레시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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