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지역 단일 경제블록 창설 구상 '꿈틀'
2014/01/04
브라질-베네수엘라 정상 협의…"세계경제위기 공동대응이 목적"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남미대륙 12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단일 경제블록 창설 구상이 꿈틀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세계 경제 위기에 공동대응하자는 명분에서 출발한 것이다.
3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 등에 따르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전날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단일 경제블록 창설 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국제유가 하락과 치솟는 인플레이션율, 생필품 부족 등에 따른 경제난과 인권탄압 문제로 위기를 겪는 마두로 대통령은 단일 경제블록 창설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두로 대통령은 경제난 극복을 위해 브라질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남미 국가들을 세계 경제의 위기로부터 보호하려면 단일 경제블록을 형성해 외부의 충격에 공동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초 에콰도르에서 개최된 남미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상회의에서는 12개 회원국 주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한 '남미 시민' 정체성 확립,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대한 공동대응, 물류·에너지 인프라 확충을 위한 협력 등에 관해서도 협의가 이뤄졌다.
남미국가연합 회원국 정상들은 이를 두고 남미지역 통합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고, 에르네스토 삼페르 남미국가연합 사무총장은 "1천800만㎢ 넓이의 남미대륙에서 인적 교류를 막는 장벽을 허무는 첫발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남미 지역에서는 그동안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단일 경제블록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지난 1991년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출발한 메르코수르는 2012년 말 베네수엘라를 5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볼리비아와 에콰도르도 메르코수르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볼리비아는 현재 가입 절차를 밟고 있고, 에콰도르는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남미에는 메르코수르 외에 태평양동맹(PA)이 주요 경제블록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6월에 등장한 태평양동맹은 콜롬비아·페루·칠레 등 남미 3개국과 멕시코가 회원국이다.
메르코수르가 출범 당시의 취지와 다르게 갈수록 정치블록화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과 달리 태평양동맹은 무역자유화를 앞세우며 경제블록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브라질 재계를 중심으로 메르코수르가 정치 현안보다 회원국의 경제·통상 문제에 집중해야 하며, 회원국 간 통상 확대와 역외 블록과의 자유무역협상에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운영방식에 변화가 예상된다.
단시일 안에 메르코수르가 몸집을 부풀리거나 메르코수르와 태평양동맹이 하나의 블록으로 합치는 상황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남미대륙 12개국이 "남미의 문제는 남미 스스로 해결한다"는 기치 아래 2008년 5월 남미국가연합을 창설한 것처럼 단일 경제블록을 만드는 데 뜻을 모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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