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선택은 중국행
2015/01/06
국제유가 하락과 높은 인플레이션율, 생활필수품 부족 등으로 인한 경제 위기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커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새해 첫 행보로 중국을 택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맹방인 쿠바가 미국과 53년 만에 외교 관계를 회복하기로 함으로써 정치적으로도 고립되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최근 중남미에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과의 유대관계가 더욱 절실해진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달 8∼9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라틴아메리카포럼 장관급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5일 출국했다.
그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경유해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원유 차관' 등 경제 협력에 관해 논의한 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알제리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날아갈 예정이라고 베네수엘라 일간 엘 우니베르살이 이날 보도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카리브공동체(CELAC) 소속 30여개 국가의 장관급 관료가 참석하는 이번 포럼에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하는 만큼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최대 차관 원조국이자,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다.
지난해 7월 시 주석은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4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원격 탐지 위성을 쏘아주기로 했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하루 52만 배럴 수준인 대중국 원유 수출량을 2016년까지 100만 배럴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경제 원조에 최대한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OPEC 회원국들을 방문해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감산을 촉구할 예정이다.
국제유가의 약세로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의 현재 수출 단가는 배럴당 47달러 안팎으로 반년 만에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원유 수출은 베네수엘라 최대 외화 획득원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작년 12월 베네수엘라의 부채상환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인 'CCC'로 세 단계나 강등했다.
또 데이터 전문 분석기관인 CMA는 베네수엘라의 국채 시세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채권 수익률이 치솟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12개월 내 디폴트에 직면할 가능성이 97%라고 점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이번 해외 순방은 이러한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30일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 위축 등 경제지표를 이례적으로 공개하고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선언했다.
생활필수품 공급을 담당하는 정부기구를 창설하고 외환 통제국을 개편하는가 하면 국영석유기업(PDVSA)의 이사진을 교체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는 산유국들을 대상으로 '경제 전쟁'을 벌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획책 때문이라고 마두로 대통령은 비난하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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