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검사 의문사" 파문 확산…분노 여론 고조
2015/02/05
부에노스아이레스서 사망 원인 규명 촉구 시위
아르헨티나에서 폭탄테러 사건을 조사하던 알베르토 니스만 특별검사 사망에 따른 파문이 다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가 생전에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초안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망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전날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니스만 검사 사망 원인 규명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연방의회 앞에서 대통령궁까지 거리행진을 하며 "니스만 검사 사망에 연루된 인사를 찾아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아르헨티나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돌포 페레스 에스키벨을 비롯해 인권단체와 노동계, 야당 인사들이 이끌었다.
페레스 에스키벨은 "니스만 검사가 자살했는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는지 알 수 없다"며 그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이어 연방의회에 폭탄테러 사건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촉구했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특별조사위를 구성해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자는 것이다.
니스만 검사는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아르헨티나-유대인 친선협회(AMIA)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을 조사해 왔다. 당시 폭탄테러로 85명이 숨지고 300명이 다쳤다.
니스만은 이란의 배후 아래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가 테러를 저질렀다고 발표하고 이란 당국자들을 인터폴을 통해 수배했다.
니스만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로 석유를 확보하려고 이란 당국자들에 대한 인터폴 수배령 철회를 시도하는 등 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니스만은 이런 내용을 담은 289쪽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고, 비공개 청문회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달 18일 자택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니스만 사망은 자살로 종결되는 듯했으나 그가 사망하기 전에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엑토르 티메르만 외교장관 등에 대한 체포영장 초안을 작성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니스만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살해됐을 것이라는 주장에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여론조사업체 입소스(Ipsos)의 조사에서 니스만이 살해됐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했으며, 니스만의 죽음에 정부가 개입됐을 것으로 본다는 응답은 50%를 넘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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