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다시보자]① 한-칠레 FTA 발효 4년, 성적표 (2.15)
관리자 | 2008-02-18 | 조회수 : 1159
무자년 새해 벽두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비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찬반논쟁은 여전히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4년전 한•칠레 FTA를 둘러싼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4년이 지난 지금 당시 논쟁점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한-칠레 FTA의 4년후 현주소를 돌아본다.
주요수출품은 석유제품•자동차, 주수입품은 산업 원자재
우리나라와 칠레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국회비준을 거쳐 2004년 4월 1일 발효,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정부와 무역업계는 “우리나라 최초의 FTA로 WTO 등 다자주의 협상에 치우쳐있던 우리나라가 지역주의화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했다”면서 “중남미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농민단체 등 반대측은 “농업이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자동차 5만대 수출 = FTA 발효 후 대 칠레 수출은 해마다 고속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무역협회에 따르면 칠레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은 2003년 5억600만 달러로 점유율이 3.0%였으나 2006년에는 16억4100만 달러 4.7%로 늘었다. 수출증가율도 3년간 48.0%의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특히 2003년에는 칠레 수입시장 점유율이 일본(3.6%)에 뒤졌으나 2006년에는 1.4%포인트를 앞서 점유율 5위국이 됐다.
주요 수출품목으로는 관세 즉시철폐 품목인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칼라TV 등이 FTA 발효 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관세가 5년에서 13년에 걸쳐 철폐되는 철강판 경유 등은 발효 3년차에 들어 수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 2003년 1억12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자동차 수출액은 2006년 4억8200만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FTA 발효 3년만에 5만대 가량의 한국산 자동차가 칠레로 수출된 것이다. 시장점유율도 25.7%로 1위인 일본(26.1%)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선통신기기와 컬러TV, 경유의 연평균 수출증가세도 각각 107.6%, 23.5%, 308.5%로 확대되고 있다.
◆포도주 수입 증가 = 수입도 늘고 있다. 2003년 13억2800만 달러이던 수입규모는 2006년 38억1400만 달러로 증가했다. 국내 수입시장에서 칠레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0.59%에서 2006년 1.23%로 늘었다.
대표적인 수입품목은 국내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다. 구리를 포함한 광산물, 비철금속이 수입액의 88.2%를 차지했다.
구리의 경우 전체 수입액에서 78.4%를 차지한다. 구리의 국제가격과 공급 확대가 수입액 증감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 2006년의 경우 구리의 국제가격이 83.1% 오르자 FTA 발효 후 둔화되던 수입 증가율이 66.7%를 기록했다.
수입 급증이 우려됐던 농산물의 경우 1.7%에 그쳤다. 특히 포도주를 제외한 순수농산물의 수입증가 기여는 1.3%에 불과했다.
최근 포도주 수요 확대와 칠레산 포도주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져 포도주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2003년 프랑스산과 칠레산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50.0%, 6.0%였다. 2006년에는 37.1%, 16.9%로 포도주시장이 칠레산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성과 평가 논쟁 = 한•칠레 FTA 성과에 대해 경제계와 정부는 실보다 득이 많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농업분야의 피해도 훨씬 적고 양국간 교역량도 예상치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정재화 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2006년 대 칠레 무역적자는 22억4000만 달러이었으나 이중 원자재를 뺀 자본재와 소비재만을 비교하면 오히려 5억5000만 달러의 흑자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농업피해와 관련 “지난 3년간 대 칠레 수입액 증가는 광산물, 비철금속의 수입증가에 따른 것으로 포도주를 제외한 순수농산물의 수입증가액은 전체의 1.3%에 불과한 3700만 달러로 국내 농업에 대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FTA 반대측은 “농수산물의 수입증가로 국내 농수산업의 피해가 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한•칠레 FTA 체결 이후 국내 시설포도 산업과 양돈산업부문의 피해만 최소 173억원에서 최대 427억원에 달하는 등 결코 피해가 적다고 볼 수 없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더욱 증가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전농은 또 “FTA 체결로 인해 돼지고기, 포도, 와인 등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관세가 완전 철폐되는 2009년이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전농은 폐업 농가만 1만 가구가 넘어, 작목전환으로 인한 2차 피해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농에 따르면 FTA 발효에 따라 폐업한 농가는 복숭아 9900곳, 포도 1100곳, 키위 300 곳이다. 전농은 “1만 가구 이상의 폐업으로 인해 공급이 줄어들어 일시적 가격상승 효과를 가져왔을지는 모르나, 폐업농가들의 직접적 손실과 작목 전환으로 인한 타작물의 2차 피해 등을 고려한다면 결코 농업부문의 피해가 적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1999년 12월 협상을 개시, 3년간의 기나긴 협상을 끝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2003년 2월 공식서명했다. 한국과 칠레는 품목수를 기준으로 각각 94.5%와 96.5%에 해당하는 품목에 관세를 10년 내에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내일신문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