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쿠바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 삐걱대나
2015/3/18
3차 협상 특별한 내용 없이 서둘러 마무리
미국과 쿠바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위한 3차 협상에서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국무부와 쿠바 외교부는 16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진행한 협상이 생산적이고 전문적인 차원에서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로 진행됐으며, 앞으로 재개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특히 1,2차 협상 때와 달리 양측은 협상 후 기자회견도 하지 않은데다 미국 측 협상 대표인 로베르타 제이콥슨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는 애초 사나흘 방문 일정을 잡기로 했으나 하루 만에 일정을 마무리했다.
미국과 쿠바는 3차 협상에서 내달 10일 파나마에서 열리는 미주기주(OAS) 정상회의에 앞서 양국의 수도인 워싱턴과 아바나에 대사관을 재개설하는 현안을 매듭지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에 합의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양측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과 쿠바의 외교관 인원수 제한을 풀고 주재하는 나라 밖의 활동 제약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양국의 외교관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쿠바의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들에 공개됐던 1,2차 협상과는 달리 이번 협상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대사관 개설을 포함한 협의 과정에서 미국이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고 1962년부터 쿠바에 취해온 금수조치를 푸는 것이 선행되거나 이에 관한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는 쿠바 측 입장이 미국과 대립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측은 이달 말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OAS 정상회의 전에 양국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문제를 매듭짓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보인다.
쿠바 국영 매체들은 이날 미국과의 3차 협상에 대한 내용을 거의 보도하지 않은 채 미국이 인권 탄압과 관련해 베네수엘라를 제재한 것과 관련, 베네수엘라를 지지하는 내용을 실었다.
국영 텔레비전 방송은 중남미 좌파국가들의 결성체인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이 베네수엘라 제재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도착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는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이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에게 미국 제국주의에 대항할 것을 주문하는 격려편지를 공개했다.
석유 원조를 시작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베네수엘라와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는 쿠바로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취하는 강경한 정책도 외교 관계 정상화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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