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7일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지 않은 한 미국에 대한 원유 수출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원유개발 국유화 정책에 따라 미국의 엑손모빌이 철수한 오리노코강 유전 개발현장에서 라디오와 TV가 생중계하는 가운데 행한 일요 정례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원유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종래 입장에서 한 걸음을 물러나 "미국이 우리를 침공하면 원유 한 방울도 수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0일 일요 정례연설에서 "미스터 부시! 미스터 위험인물! 내 말 잘 들으시요. (엑손모빌의 보상소송과 같은) 베네수엘라 정부에 경제전쟁을 걸어오면 미국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 그렇게 되면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를 호가할 것이다. 우리가 경제전쟁을 하면 1개 이상 산유국이 우리에 동조할 것"이라고 위협했었다.
베네수엘라 산 원유는 일반적으로 묽지 않는 데다 황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등의 조건 때문에 특수시설을 갖춘 미국 정유회사들에 수출할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차베스 대통령이 종전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 대통령은 "미국 정유회사들만이 베네수엘라 산 원유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입장을 완화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애써 강조함으로써 원유처리 기술상 미국에 수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은연중 시인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또 국제유가가 예상 가격을 넘어 상승하게 되면 그에 상응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배석한 라파엘 라미레스 석유장관에게 구체적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엑손모빌이 과거 원유를 수출하면서 관련된 세금과 로열티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소송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면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 강도짓을 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영석유회사 PVSA는 엑손모빌이 오리노코강 파하 유전지역에서 지난 1999~2000년 시추 및 개발 초기 단계에 베네수엘라 당국에 적법한 신고를 하지 않고 4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불법 수출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