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모랄레스.차베스에 잇단 `SOS`
5년 연속 8%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에 에너지 위기가 최대 난관이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본격적인 에너지 외교 행보에 나설 예정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오는 22일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방문하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갖고 양국간 에너지 협력 문제를 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정상회의에서는 양국 국경을 이루는 우루과이 강에 가라비(Garabi)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논의된다. 15억~17억 달러의 예산으로 5년간 추진될 예정인 가라비 수력발전소는 현재 양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전력난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수력발전소가 건설될 경우 아르헨티나 전력 소비량의 9% 정도를 충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1970년대 추진되다 중단된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 접경 파라나 강의 코르푸스(Corpus) 수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재개하는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코르푸스 수력발전소 건설 문제는 지난해 말 룰라 대통령과 페르난데스 대통령, 파라과이 유력 야당 대선후보인 리노 오비에도의 연쇄 회동에서도 합의된 바 있다.
이어 23일에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합류한 가운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브라질-아르헨티나-볼리비아 3개국 정상회의가 열려 볼리비아산 천연가스 수출량 조절 문제가 협의된다.
볼리비아는 현재 하루평균 4천만㎥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브라질에 3천만㎥, 아르헨티나에 300만㎥를 수출하고 있다. 브라질은 3천100만㎥, 아르헨티나는 770만㎥를 요구하고 있으나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생산능력이 부족해 협상을 통해 수출물량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경우 볼리비아산 천연가스 수출량이 늘어나지 않을 경우 다가오는 겨울철에 또 다시 대규모 전력난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생산량이 최소한 4천600만㎥ 수준으로 늘어나야 내수 및 수출시장 수요에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에 따라 룰라 대통령에게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의 투자 확대를 요청할 예정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또 에너지 수입량 확보를 위해 다음달 초 베네수엘라를 방문,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정상회의를 갖고 2억5천만~3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식료품 맞교환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는 자국 내 열병합발전소의 원활한 가동에 필요한 디젤과 천연가스, 석유 등의 수입량을 늘리는 대신 육류 및 식료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강력한 절전 대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지난 1월 전력 소비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증가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5년간 이어온 경제성장세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